“韓·美 단순비교 어렵지만 미국사례 참고할 필요”
“美처럼 유턴기업 종합관리시스템 구축해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미국이 정부의 강력한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으로 연평균 482개의 유턴기업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 미국 제조업 신규고용의 절반 이상을 리쇼어링 기업이 창출해 고용창출 효과도 컸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미국 유턴기업 현황과 한국에의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0년 유턴 기업수가 95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86개로 약 9배 급증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
특히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던 지난 2017년 이후 리쇼어링 기업 수가 급증했다. 전경련은 트럼프 정부의 파격적인 법인세 인하와 각종 감세정책 , 규제 철폐 등 기업 친화적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자국 기업 보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턴 기업 유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시행 후 5년(2014~2018년)동안 국내로 돌아온 기업 수는 연평균 10.4개였다. 같은 기간 미국에는 연평균 482개의 유턴기업이 발생했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
미국의 경우 유턴기업으로 인한 고용창출효과도 컸다. 미국 리쇼어링 기업 고용창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리쇼어링 기업으로 인한 고용창출효과가 외국인직접투자로 인한 고용창출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 기업으로 인한 일자리 수가 가장 많았던 2017년에는 미국 제조업 신규고용(14만9269명)의 약 55%(8만1886명)를 차지했다.
미국 리쇼어링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이유는 대부분의 유턴기업이 중소기업인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기업의 유턴이 활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0~2018년 상반기까지 조사된 미국 리쇼어링 기업이 창출한 신규 일자리 수는 애플 2만2200여개, GM 1만3000여개, 보잉사 7700여개 등이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
반면 지난 5년(2014~2018년 11월)간 한국 유턴기업의 신규고용은 누적기준 975명으로 연평균 약 195명이다. 같은 기간 1개 유턴기업당 일자리 창출 수는 한국 19개, 미국 109개로 유턴기업당 고용효과에서도 6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다만 경제 규모와 구조가 확연히 다른 한국과 미국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해석이다. 미국의 리쇼어링 촉진역할을 하는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Harry Moser) 회장은 전경련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의 14배이고, 양국의 수출입 비중 구조가 상이해 한미간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한국과 달리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구조를 가진 미국이 한국보다 리쇼어링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관계 등 미국의 대·내외적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모저 회장은 지난 10년간 미국의 대기업들의 리쇼어링이 많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중국 내 임금상승과 지적재산권 문제, '메이드 인 USA'에 대한 소비자 선호 등이 영향을 끼쳤고 특히 미국 정부의 법인세 감면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총 소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CO) 분석을 거쳐 해외생산의 유지비용, 운송비용 등 숨은 비용을 찾아내 “실제 해외생산이 비용절감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저 회장은 한국이 유턴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유턴 실적에 대한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국내기업의 해외공장 문제점 조사·기록 △숙련된 제조업 노동인력 관리 △제조업체에 TCO 산출 서비스 제공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엄치성 국제협력실장은 “지난해 정부가 ‘유턴기업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유턴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상태”라며 “유턴법 개정안의 빠른 통과와 함께 유턴기업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 완화 등의 체질 변화를 이뤄야 유턴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국내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