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지방법원이 미국 사회의 마약성 진통제 남용 위기의 책임을 인정해 존슨앤존슨(J&J)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현재 제약사와 약국 체인점 등을 상대로 오피오이드 남용을 조장한 책임을 물어 비슷한 소송이 2000건 넘게 진행 중이고, 오는 10월에는 오하이오주에서 관련 소송에 대해 연방법원의 첫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약국에 진열된 오피오이드 진통제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 클리블랜드 카운티 법원은 26일(현지시간) J&J이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를 과잉 선전해 중독 위기를 조장한 책임이 있다며 5억7200만달러(약 6945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7년 마이크 헌터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은 J&J, 퍼듀, 테바 등 3개 제약사가 오피오이드가 중독 위험이 높지 않고 광범위한 만성 통증을 치료하는 데 적절하다는 마케팅 캠페인을 펼쳐 오피오이드의 중독성을 축소하고 남용을 부추겼다며 ‘공적 불법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 퍼듀와 테바는 재판까지 가지 않고 오클라호마주와 각각 2억7000만달러 및 8500만달러의 배상금에 합의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태드 바크먼 오클라호마 주법원 판사는 “오클라호마주에서 오피오이드 판매가 증가한 시기와 오피오이드 중독 및 남용에 따른 사망이 증가한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1994년부터 2006년가지 오피오이드 처방 판매가 네 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한 해에만 오클라호마주에서 3억2600만정의 오피오이드가 판매됐는데, 이는 이 지역 모든 성인이 110정씩 처방받을 수 있는 양이다.
판사는 J&J가 지급할 배상금은 중독 치료와 남용 예방 프로그램, 오피오이드 없이 통증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등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J&J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J&J 소속 변호인인 사브리나 스트롱은 “회사는 가혹한 통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물을 책임감 있게 만들어 왔다”고 반박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과 효과가 비슷한 합성 진통제로 미국에서는 처방약 형태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주로 통증이 심한 말기암 환자나 수술 후유증으로 극심한 통증을 겪는 환자들이 사용한다.
하지만 중독성이 심해 과다복용에 이르러 사망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99년 이후 20년 간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40만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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