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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에 공연 취소 잇따르는 연극계…뮤지컬계는?

기사입력 : 2019년08월23일 08:30

최종수정 : 2019년08월23일 08:59

'빙화', 시국 감안해 공연 취소..日 원작 '나미야'도 취소
뮤지컬 '웃는남자', 日 상영회 및 콘서트 예정대로 진행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한일 경제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공연계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하다. 벌써 일본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를 고려한 연극이 두 개나 취소됐다.

지난 8월 초 국립극단이 연극 '빙화'를 취소한 데 이어 일본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최근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다만, 수입보다 수출 위주로 판이 짜여있는 뮤지컬 쪽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국내 관객이 아닌 일본 현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류' 뮤지컬 업계는 아직 견고하다.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장면 [사진=달컴퍼니]

◆ '빙화'부터 '나미야'도 취소…연극 '왕복서간'은 정상 공연 가닥

국립극단은 지난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9월 27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연극 '빙화'의 공연 취소를 알렸다. 이 작품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일환으로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한일 경제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친일 논란이 있는 원작자, 친일적 요소를 담은 연극 내용이 문제가 됐다. 원작자 임선규 극작가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된 인물로 알려졌다.

극단 측은 "이 작품을 통해 친일 연극의 실체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비판적 성찰을 통해 부끄러운 역사를 바로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면서도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심려에 공감, 본 기획의도를 참작하더라도 해당 작품을 현시점에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알렸다. 극단 측은 '빙화' 대신 게오르크 뷔히너의 작품 '당통의 죽음'을 9월 27일부터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올릴 예정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제작사 달 컴퍼니도 10월로 예정됐던 공연 취소를 알리며 관객과 출연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들은 "최근 일본과 정치·경제적인 문제로 악화되고 있는 양국 관계와 그로 인한 범국민적 분노에 깊이 공감하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별개로 현시점에 본 작품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벨라뮤즈]

이 가운데 올초 초연한 연극 '왕복서간'은 오는 9월 27일 KT&G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재연을 올린다. 한 차례 티켓 오픈이 연기되긴 했지만 지난 22일 티켓 예매도 시작됐으며 조심스럽게 정상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인기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김다현, 에녹, 김규종, 이정화, 강지혜, 소영미, 진태화, 김준영 등이 출연한다.

◆ 한류 타고 열도 진출한 K-뮤지컬, 현지 공연 '이상 無'

같은 공연 업계지만 뮤지컬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 '웃는남자'를 흥행시킨 EMK뮤지컬컴퍼니는 오는 10월 초 일본 상영회와 출연 배우들의 콘서트를 일본 도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24일부터 일본 내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선행 예약이 시작된다. 티켓 예매사이트에 따르면 이 공연은 10월 1일 '웃는남자' 상영회, 2일과 3일에는 상영회와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참여하는 콘서트로 구성돼 있으며, 작품에 출연했던 신영숙, 박강현, 양준모가 무대에 오른다.

[사진=일본 티켓피아 예매 사이트]

다만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덕에 한일 양국에서 콘서트를 진행해온 뮤지컬 배우들도 주춤하고 있다. 오는 10월 초 국내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여는 배우 전동석은 당초 일본에서도 공연을 열 계획을 밝힌 바 있었다. 국내 티켓 예매가 먼저 시작되고, 일본 공연은 정확한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한일 갈등이 불거졌다. 현재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는 단계다.

한 공연 관계자는 "현재 한일갈등으로 취소되는 연극은 주로 국내에서 올라가는 한국 관객을 타깃으로 한 작품들이다. 반일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한류를 타고 일본 현지로 진출한 뮤지컬은 케이스가 다르다. 국내의 콘텐츠를 일본 현지에서 선보이는 것은 현지 수요가 있으니 정상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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