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 법적 문제없어”
의협 “리도카인 사용 한의사 처벌 받아…고발 이어갈 것”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의료계와 한의계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 사용권한을 두고 맞붙었다. 리도카인은 국소마취제이자 부정맥 치료제로 사용되는 전문약이다.
한의계는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의료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법정 소송도 불사한다며 양 측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 사용을 두고 대치 중인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대한한의사협회] |
◆ 한의협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 합법적 의료행위”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향후 전문의약품 리도카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방검찰청이 지난 8일 한의사에게 리도카인을 판매한 혐의로 고발된 제약회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 확대를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수원지검은 불기소처분의 이유로 ‘약사법에 한약사가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해서 안 된다는 명시적 금지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며 “이는 한약제제 외에도 통증감소를 위한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을 한의의료행위에 사용해도 범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1년 시작된 천연물신약 사용 운동과 함께, 전문의약품 사용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가 한의계의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해 고소와 고발을 진행했지만, 이번에 불기소처분을 받은 만큼 향후 의료계의 고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한 것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전문의약품 사용을 확대해 환자와 한의학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또 다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방해하고 한의계 발전을 막는 고소·고발이 자행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협 “리도카인 사용 한의사, 이미 유죄 판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20일 협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한의협의 리도카인 사용 확대 선언을 규탄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검찰에서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을 인정했다는 한의협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원과 검찰은 한의사의 의과의약품 사용은 한의사 면허범위 밖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이 위법행위라는 점의 근거로 지난 2013년 6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과 2013년 12월 대구지방법원 판결을 꼽았다. 당시 법원은 환자들에게 봉주사요법을 시술하면서 리도카인을 사용한 한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여기에 2017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도 “한의사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조제하거나 한약을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은 “이번 사건에서 리도카인을 시술한 한의사는 이미 무면허의료행위로 기소돼 의료법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며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이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받은 것인데 한의협은 검찰이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인정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향후 발생하는 한의사의 리도카인 사용행위에 대해서 적극적인 고발 방침도 밝혔다.
최 회장은 “리도카인과 같이 의과의약품을 사용한 한의사와 이러한 행위를 사주한 한의협 회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남김없이 형사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한의협의 거짓 선동에 범법자가 되는 한의사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핌] 정승원 기자 =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서울 이촌동 임시회관에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불법사용 선언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19.08.20 |
◆ 마취과학회 “국소마취제, 높은 수준의 의학지식 필요”
리도카인을 주로 사용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도 한의사들의 리도카인 사용 확대 선언에 유감을 나타냈다.
최인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은 “리도카인은 전문의약품을 넘어선 고위험약물이며,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이 아닌 신경을 차단해 마취하는 약물”이라며 “적절한 마취를 유지하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의학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학회에서도 국소마취를 할 때 합병증 등에 대비해 모니터링에 노력하고 있다”며 “한의사들이 리도카인 사용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춘규 마취통증의학회 법제이사도 “최근 논문에서도 리도카인으로 인한 사망한 사례가 6건이나 된다”며 “정확한 용량을 정확한 곳에 주입해야 하는데 한의사들은 이를 약침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법제이사는 “한의사들은 리도카인에 이어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도 사용한다고 한다”며 “전문가라면 자신의 영역에 맞는 행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불법과 위법을 떠난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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