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축적' 전문가 풀 활용해 'DLS 피해자구제 대책위' 꾸려
"은행은 파생상품 판매하지 말아야...은성수 후보자 청문회 지켜볼 것"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최근 수천억원대 손실 우려가 커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투자 피해자들을 위해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를 발족한다. 큰 틀에서 이번 DLS를 키코와 동일한 상품이라고 판단, 지난 10년간 축적한 전문가 풀을 활용해 사태 해결에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18일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진행된 '키코피해 외면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김진호 기자] |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전국경제인연합회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DLS는 상품을 사기 판매한 것이고, 키코는 사기 상품을 판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축적해온 경험, 파생상품 전문가 풀을 활용, 자체적으로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를 발족해 파생상품 피해자들을 위한 법적, 정치적 대응을 적극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독일·영국 금리연계 DLS, DLF(파생결합펀드)를 놓고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만기에 기초자산인 독일, 영국 등 해외 금리가 일정 이상인 경우 원금과 연 3~5%의 수익을 상환받지만,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독일 국채 금리, 영국 CMS 금리가 급락하면서 예상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DLS, 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 이중 우리은행(4012억원), KEB하나은행(3876억원) 등 은행에서 99.1%가 사모 DLF로 팔렸다.
키코 공대위가 DLS 피해자 구제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키코와 큰 틀에서 동일한 상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변동해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2013년 대법원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내리며 일단락됐지만, 지난해 금감원이 재조사에 나서면서 재점화됐다. 지난해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일성하이스코,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의 피해금액은 1600억원이 넘는다.
박선종 숭실대 교수(법학)는 "키코는 파생상품, DLS는 파생결합증권으로 개념적으로는 약간 다르지만, 큰 틀에선 똑같다"며 "문제는 은행이 비전문가인 기업이나 개인에 옵션매도를 권유해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는 증권사와 거래했다면 문제 삼기 어렵지만, 은행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재순 키코 공동대책위원장(변호사)도 "어느나라도 상업은행에서 파생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데, DLS 뿐만 아니라 키코도 은행에서 팔았다"며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정기예금 만큼 안전하니 가입하라'고 하면 모두 가입한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키코의 경우, 담당자가 그 상품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전혀 몰랐다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코 공대위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도 키코, DLS에 대한 의견을 묻기로 했다. 이번 사태 및 은행들이 파생상품이나 파생상품결합증권을 통해 옵션매도 상품에 대한 의견이 대표적이다. 키코 공대위는 은 후보자에 내일까지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면서, 이와 청문회 답변을 감안해 은 후보자 낙마 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