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규제강화와 국산화 성과 동시 요구할 수 없어”
“중장기 정책에 치우친 정부 대책..단기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주요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려면 화학물질 평가 및 관리규제를 일본과 미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에 주요 소재 국산화와 같은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 센터에서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소재‧부품 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2019.08.12 leehs@newspim.com |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의 소재 산업은 글로벌 분업과 협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며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 반도체의 일본 소재산업 종속론, 과학기술계의 소재부품산업 외면과 대기업의 중소기업 육성 회피 주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식료품이든 공산품이든 그 어느 것도 생산 과정에서 100% 국산화된 것은 없다”며 “일본 수출규제 중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또는 형석과 황산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자인 이홍배 동의대 무역혁과 교수도 “한국의 대(對) 세계 소재부품산업이 1000억달러 흑자를 낼 떄 일본은 2500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며 “일본 소재·부품 산업이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산업은 중(中)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내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어 이 부분을 국산화해야 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기술 품목 중심의 생산협력과 함께 기술투자 민관 협력, 공동 법인 설립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금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및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한국의 화학물질 평가 규제 강도는 일본, 미국보다 높다“며 “일본의 화관법은 위해성 높은 물질을 대상으로 562종만 관리하지만 한국의 화관법은 1940종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평법 시행으로 지금처럼 환경규제를 가하면서 소재·부품을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배상근 한경연 전무는 “일부 기업에서 ‘지금 농작물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저수지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며 현재 정부의 조치가 중장기 대책에 치우쳐져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경쟁력 강화 및 기업환경 개선 논의도 소재·부품 산업에 국한되기 보다 국내 기업 및 산업 전반의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들이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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