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목숨 앗아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인재(人災)' 정황 속속 드러나
6년 전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겪었지만 달라진 것 없어
책임 떠넘기는 지자체, 한 달 전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유사
전문가 "산업 전반에 걸친 시스템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공사장 사고로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해마다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가 대부분 ‘인재(人災)’로 결론나지만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확충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협력업체 직원 50대 구모(66)씨 등 2명과 이들을 구하기 위해 배수 터널에 뒤늦게 진입했던 시공사 직원 안모(30)씨가 갑자기 들이닥친 빗물에 휩쓸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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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하 40m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07.31 mironj19@newspim.com |
당시 서울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해당 시설은 시운전 기간 중이라 평소 70% 수준이던 수문의 자동 개폐 기준 수위를 50%로 낮춰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유지·관리를 맡은 양천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소통 부재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며 작업자들을 구출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더욱이 긴급 알림벨 등 외부 터널과 내부 간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커녕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마저 구비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전문가와 국민들이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에 공감하는 이유다.
이번 사고가 2013년 7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노량진 배수지 지하 상수도관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 7명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공사 관계자들은 장마철에 폭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며 인명피해를 자초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공사의 발주기관이었던 서울시도 부실한 관리·감독에 따른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선례가 있었음에도 6년이 지난 현재, 작업 현장은 개선된 점이 없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로 여실히 드러났다.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달 4일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해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번 사고와 같이 서초구와 건축주, 시공업체 등 관계 주체들의 부실한 관리·감독·시공이 참사의 유력한 원인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특히 서초구청은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3개월 전 서울시로부터 공사장 안전점검 권고 공문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철거현장 관리·감독에 대한 구청의 책임을 강조해놓고 막상 사고가 터지자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임자 처벌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산업현장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일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한 번 넘어지면 개인의 실수지만 계속해서 넘어진다면 도로가 잘못됐다고 봐야한다”며 “사고가 터졌을 때 개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우리나라 산업현장 전반에 걸친 시스템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발주처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등 정책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