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행정처 심의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서 증언
“임종헌 지시로 ‘강제징용’ 외교부 입장, 보고서에 담았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당시 법원행정처 소속 심의관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기조실장)의 지시로 외교부 입장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이 같이 증언했다.
시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1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관련 보고 문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문건 등을 최종적으로 취합·작성한 인물이다. 임 전 차장은 같은 시기 시 부장판사의 직속 상사인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임 전 차장이 건네준 외교부 문건과 증인이 작성한 문건 목차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외교부 문건을 이행한 것이 맞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2014년 11월 작성된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관한 보고서에 청구권 협정의 성격과 개인청구권 소멸 등을 담은 것도 “대체로 인용한 것인데, 외교부 반론 취지로 기재한 것”이라며 “외교부 견해라는 전제 하에 그 입장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29 mironj19@newspim.com |
또한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문건과 관련해 BH대응전략 문건을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최종적으로 취합해서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안이 발의 됐음에도 통과되지 않는 난관에 부딪혔고, 청와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봤던 것 같다”면서 “다른 심의관들도 1차 보고서 작성 당시 임 전 차장이 알려주는 내용을 인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한 설득방안에 대해서는 “시기가 많이 지나 혼돈스럽지만, 상고법원 관련해 설득하고자 한 구상은 시행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 전 실장을 통해 설득하자는 것도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법원에 대한 불신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인사를 통해서 하자는 생각이었다”며 “임 전 차장이 ‘민정수석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 ‘민정수석을 피하는 건 안 될 것 같다’고 한 게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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