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제 100%, 카드 가맹률 100% 등 소비자 신뢰확보에 합심
2주 한 번 '상인기획단' 모여 新 서비스, 미래먹거리 논의...자생력↑
"전통시장 성공 주체는 상인...경쟁력 제고 위한 적극적 자세 필요"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우리 전통시장이 먼저 바뀌니까 손님들도 더 많이 찾는 것 같습니다. 상인들이 의기 투합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김진철 상인회장은 시장 성공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인들이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고객들이 전통시장을 충분히 즐기다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망원시장은 점포수 94개·상인 297명이 함께하는 소형 전통시장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지원 시장 중 하나다. 흔히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의 합성어)로 불리며 많은 젊은이들이 찾는 망원동 중심가에 위치해있다.
조봉환(오른쪽)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9.07.24 [사진=민경하기자 204mkh@] |
또한 망원시장은 지난 2015년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시작으로,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이 진행되면서 점차 완성형 전통시장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17년 7500명이었던 망원시장의 일 평균 유동인구는 2018년 2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일부 점포 중에서는 월 매출이 4억원에 달하는 점포도 생겨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망원시장의 발전은 시장 상인들의 단합과 노력이 빚어낸 결과다. 우선 상인들은 가격·원산지 표기 의무화를 합의했다. 망원시장 전체 영업 점포 87개 모두 가격표시제를 시행중이며, 원산지 표기 또한 모두 지키고 있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과 원산지 정보를 제공해 신뢰를 얻기 위함이다.
또한 카드, 제로페이 등 현금을 대체하는 결제수단에 대한 준비도 마쳤다. 망원시장 모든 점포의 카드 가맹률은 100%이며, 제로페이 가맹률도 85%에 달한다. 교통카드인 '티머니' 결제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고객안전선 준수·화재예방 시설·배송서비스 등 기성 마트에 견줄만한 소비 환경을 갖췄다.
가격표시제를 10년 전부터 지켜왔다는 망원시장의 한 상인은 "가격을 표기해야 소비자들이 좀 더 신뢰감을 갖고 물어보고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부터 지켜왔다"며 "시장 전체 이미지 측면에서도 모두가 가격표시제를 준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망원시장의 자구적인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2주에 한 번씩 상인회를 중심으로 한 '상인기획단'이 모여 미래먹거리에 대한 기획,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서비스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탄생한 '외국인 관광객 캐리어 보관 서비스'나 기업 내 다과회·야유회 등을 준비해 배송하는 '걱정마요 김대리 서비스' 등은 망원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다.
황재오 망원시장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단장은 "캐리어 보관 서비스의 경우, 호텔이나 공항으로 직접 캐리어를 옮겨주는 서비스까지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존 마트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선진화된 프로그램을 도입해 전통시장의 자생력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걸려있는 '상암 롯데몰' 규탄 플랜카드. 2019.07.24 [사진=민경하기자 204mkh@] |
이처럼 특성화 시장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망원시장에도 걱정거리는 있다. 특히 인근 상암동에 건립을 추진 중인 '상암 롯데몰'의 시장 진입은 상인들의 가장 큰 걱정이다. 총 면적 2만644㎡의 부지에 오피스텔과 대형 쇼핑몰을 짓는 상암 롯데몰 개발 사업계획은 올 하반기 중 인허가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진철 상인회장은 "축구장 서른두개 크기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다면 망원시장 뿐 아니라 서울 서부권 전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태로워진다"며 "유통 대기업들이 전통시장과 좀더 상생하는 관점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망원시장을 찾은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가격표시제와 같이 고객우선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상인들이 먼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전통시장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전통시장의 성공에는 결국 상인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공단 또한 지원 정책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