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이란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나포로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으나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제한되는 모습이다.
셰일을 앞세운 미국이 글로벌 원유시장의 지배력을 높인 데 따른 결과로, 유가가 더 이상 중동 정세의 바로미터로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미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셰일 생산량이 급증하고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이 약화되는 등 정세 변화로 인해 과거 중동지역 분쟁의 심각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됐던 유가가 그 기능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최대 셰일가스 생산국이 된 미국과 2위 러시아, 3위 사우디아리비아의 원유 생산량 조절을 위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새로운 가격 결정 판도가 형성되고 있다.
과거 에너지 산업의 최대 우려는 중동 긴장이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5분의 1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란이 지난 19일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국제 해성 규정 위반을 이유로 나포한 뒤에도 유가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물은 0.6% 올랐고 브렌트유 9월 물도 0.87% 상승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험이 고조되면서 원유 수송 선박의 하루 요금은 급등했으나 유가는 지정학적 긴장감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상품투자전략책임자는 CNBC에 "몇 년 전만해도 중동 안보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유가를 보고 알 수 있었으나 이제 유가는 더 이상 중동 분쟁의 지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크로프트 전략가는 중동 정세의 유가 영향이 시들해진 이유는 미국 셰일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셰일원유 생산국이 됐다.
어게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미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1200만배럴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중동 위험과 생산 불확실성에 대한 방화벽이 형성됐다"며 유가 상승이 억제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원유 수출 시장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얼마전 미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사건을 중동 정세 불안 보다 유가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가장 큰 탄화수소 수출국이 되면서 허리케인 시즌이 전세계 원유 및 휘발유 가격에 미칠 영향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공급 측면에서 멕시코만의 생산 중단은 호르무즈 해협 정세 불안에 필적할 수 있다"고 적었다.
미국은 현재 하루 평균 60억 입방피트가 넘는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향후 12개월 안에 미국이 전세계 천연가스(LNG)의 20%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셰일유 생산시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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