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해례본 상주본 소유권 문화재청에
문화재청 "기관 협조, 강제 집행·압수수색도 마다 않을 것"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번 사건은 정말 최악이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한상진 반장은 훈민정음 해례본 회수에 대한 어려움을 이와 같이 토로했다.
지난 16일 대법원은 해례본(상주본)의 강제집행 불허청구의 상고심 재판에서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있다는 판결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있으며 훈민정음 해례본을 조속히 회수하기 위해 강제집행, 압수수색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진=KBS 2TV '추적60분' 캡처] |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한상진 반장은 지난 19일 뉴스핌에 “다양한 기관과 협의를 통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회수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압수수색도 하나의 방법이 될 거다. 해례본을 내놓지 않으면 민사, 형사를 다 동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재를 은닉하고 훼손하는 경우 문화재보호법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에 따라 형사처벌(3년 이상의 유기징역)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처벌보다 문화재 회수에 더 중점을 둔다. 한상진 반장은 “처벌보다 문화재 회수가 가장 우선이다. 현재 문화재 상태가 괜찮은지 훼손 상태가 중요하다. 그러나 회수가 안 된다면 처벌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 배익기 씨가 세상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개한 이후 문화재청은 회수를 위해 11년간 37번의 설득과 만남을 가졌다. 한 반장은 “공식적으로 37번이지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은 회유와 설득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껏 두 달에 한 번은 만나왔다. 최근에는 해례본 반환 촉구를 위한 판결문 사본을 상주에 있는 배익기 씨 사무실에서 만나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도대체 어디에 있냐는 거다. 행방불명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는데 11년이란 시간을 투자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상진 반장은 “배익기 씨 집이 일반 자택이 아니다. 산꼭대기에 있고 뒷편에는 야산, 텃밭이 있다. 정말 보물찾기보다 더 어렵다. 최악이다”고 답답해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훈민정음 복각 해례본·언해본 전통문양 능화판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훈민정음 언해본을 살펴보고 있다. 2018.10.22 yooksa@newspim.com |
일부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이 광흥사에서 소장하던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는 문화재 절도범이던 서상복 씨가 주장한 내용이다. 한 반장은 “문화재 사범인 서 씨가 교도소에서 자신이 훔친 것으로 광흥사에서 소장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일 뿐”이라며 “해례본은 자체가 복작물이 아니다. 그러니 터무니 없는 이야기다. 서 씨가 훔친 해례본이 어떻게 조씨 가게로 흘러가게 됐는지 모르겠으나 조 씨 집에서 나온 것은 맞다”고 주장했다.
상주본은 배익기 씨가 2010년 골동품 판매업자 조씨로부터 고서를 몇 권 사면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가 상주본을 배 씨로부터 도난당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대법원은 민사소송 3심에서 소유권은 조 씨에게 있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조 씨는 2012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했으나 숨졌다.
배 씨는 2012년 형사소송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그해 9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에 한상진 반장은 “사법부에서도 여러 측면을 감안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단순히 사법적인 문제로만 보고 무리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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