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이 제재를 영구적으로 해제하는 대가로, 자국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한층 강화된 사찰을 영구 수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로이터통신·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자리프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주재 이란대표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은 미국이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포기한다면 추가적인 핵프로그램 사찰을 규정한 문서를 즉시 비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트럼프가 추가적인 것을 원한다면, 우리는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비준할 수 있고, 그는 자신이 설정한 제재도 해제할 수 있다"며 "이런 제안은 "상당한 조치"라고 평가한 뒤, "그것은 사진찍기 (이벤트)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본질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추가의정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에 우라늄 농축과 핵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자료를 더 자세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검증할 IAEA의 사찰단에 더 많은 수단을 마련해주게 될 문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란은 2015년 7월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이후 해당 의정서를 이미 비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핵협정에는 8년 안에 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리프 외무장관이 언급한 추가의정서에 더 많은 양보가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엄격해진 핵사찰을 영구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자리프 외무장관의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2030년에 자동적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는 '일몰조항'을 문제 삼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기존 핵협정의 일몰조항이 문제가 된다면, 합의에 적시된 사찰기한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핵프로그램에 대한 사찰을 받겠다는게 자리프 외무장관의 제안이다.
핵협정은 이란과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미국이 2015년 7월 서명해 2016년 1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해주기로 한 것이 골자다.
최근 들어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협정을 탈퇴한 데 이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이 핵협정 이행 일부를 중단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가디언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핵협정 탈퇴와 이에 따른 불신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화를 갖기를 거부했으나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이 핵협정에 반드시 복귀하지 않더라도 거래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해석했다.
자리프 외무장관의 제안에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다만, 로이터는 미국 관리들이 자리프 외무장관의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로이터에 "(이란이) 작은 액션을 통해 무언가 큰 것을 만드려는 시도를 하고있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분석가들은 자리프 외무장관의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에 외교를 추진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