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채널 통해 '품질' 강조하며 정부에 공급 제안
반도체 업계 "日, 수출 불허한 상황 아냐" 말 아껴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러시아 불화수소(에칭가스) 도입이요? 현재로선 여부를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2일 러시아가 우리 정부에 불화수소 공급을 제안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미터 중반의 미세공정 기술로 생산한 16Gb 용량의 'DDR5 D램'.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SK하이닉스] |
같은 소재에 같은 순도를 갖고 있어도 품질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또 공정에 적합한지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일본 수입 불허가 확정된 것도 아닌 상황이라 섣부른 언급 역시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외교 채널을 통해 자국산 불화수소를 우리 기업에 공급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다. 반도체 제조 과정 중 식강(에칭) 공정에 사용된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러시아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불화수소의 국가별 수입비중은 중국이 46.3%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일본이 43.9%, 대만 9.7%, 인도 0.1% 순이다. 다만 순도 등 품질 차이가 있어 단순 수입 비중만으로 중요도를 논하기는 어렵다.
러시아 측은 자국 불화수소가 일본 제품보다 순도가 높다며 보다 고품질이라고 강조하며 공급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용 제품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기존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게 직접 제안했는지 여부도 말 하기 어렵다"며 "러시아산을 받더라도 현재의 공정에 적합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이 최소 한달에서 두달은 걸리기 때문에 아직 사용 가능 여부를 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반도체 주요 소재의 국가별 수입비중(2019년 1~5월). [자료=무역협회] |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