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로 개정
전문가 "정상외교 뒷받침 및 권위 강화 목적"
조진구 "헌법 개정 상관없이 김정은 절대권력"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이 지난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법적 지위를 '국가수반'으로 공식화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된다.
11일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내나라에 따르면 북한의 개정 헌법 제100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 2016년 6월 북한의 개정 헌법은 당시 신설된 국무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라고만 표하고 있다. 이번에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대목이 추가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11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 사실을 알렸으나 그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왔다. 이 때문에 국가수반임을 공식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만 무성했다.
헌법 개정 전까지만 봤을 때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 |
이에 타 국가와의 정상회담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했다. 또한 해외에서 북한에 대사 신임장을 제출하거나 축전 등을 보내올 때 상임위원장 앞으로 해왔다.
개정헌법에는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둘 다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116조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돼 있다. 이는 개헌 되기 전과 같은 내용이다.
다만 이번에 김 위원장을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한정된 부분에서만 국가수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공식화 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외교활동을 뒷받침하기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개정된 북한 헌법 제100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라는 내용이 담겨있다.[사진=내나라 홈페이지 캡처] |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국가 대표 역할을 국무위원장에게 부여함으로써 대미협상, 정상회담 등 외교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함에 있어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헌법 개정 여부와 상관 없이 김 위원장은 절대 권력을 쥐고 있다"며 "다만 이번 개정은 명목상이라도 국가를 대표한다는 수식어를 넣음으로써 정상외교에 대한 권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남·북·미 정상 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종전선언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임재천 교수는 "종전선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라며 "휴전협정도 정상이 아닌 대리인들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진구 교수도 "종전선언 만을 염두에 뒀다고 보는 시각은 확대해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