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고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행동공동계획) 축소를 2단계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본부에서 비공개로 긴급 집행이사회를 열었다. 그러나 해법은커녕 미국과 이란의 갈등만 더욱 조명된 회의였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본사 앞에서 펄럭이는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부과된 제재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며, 만일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한다면 위반된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란은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우라늄) 농축을 해왔고, 이는 존 케리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든 끔찍한 1500억달러 합의의 완전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기억하라. 합의는 수년 안에 만료된다. 제재는 곧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기자들 앞에 선 카젬 가리브 아바디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이란 정부가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 제기에 "우리는 숨길 것이 없다"며 반발했다. 앞서 한 독일 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만일 모든 서명국이 핵합의에 명시된 바를 똑같이 이행한다면 모든 것은 한 시간 내에 되돌릴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고, 모든 서명국이 합의 내용을 이행한다면 이란의 합의 위반도 단시간 내 철회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날 긴급 소집된 IAEA 회의는 어떠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외교관은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트윗 때문에 죽겠다"며 분노감을 드러냈다.
또, 회의는 이란의 2단계 합의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IAEA 감독관들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농도를 합의된 3.67% 이하에서 4.5%로 올렸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는 이란이 합의에 서명하기 이전 수준은 20%보다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며, 핵무기로 전용하려면 90%의 농축도가 필요하다. 저농축 우라늄은 전력 생산에 쓰일 수 있다.
미국은 이란과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핵합의 도출을 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과 안보 사안에 관한 더 나은 합의를 위해 이란과 대화에 열려 있다고 했다. 이란은 그러나 미국의 원유 금수조치 및 금유제재 해제가 선행되어야 협상테이블에 앉겠다는 입장이다.
IAEA 주재 미국 측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란이 최근 일련의 핵 관련 조치들을 철회하고 향후 전개(핵합의 축소)도 중단하길 촉구한다"며 "미국은 전제 조건 없이 협상에 열려 있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3단계 합의 위반을 경고한 상태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60일 이내에 유럽이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와 금융거래 재개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핵협정 이행을 또 줄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3단계 조치가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과 성능에 관한 내용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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