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경제가 역대 최장기 호황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최근 조사를 인용, 미국 경제 호황과 증시 활황으로 60% 가량의 미국인은 재정적인 혜택을 입었지만, 나머지 40%는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라고 보도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 주택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경제와 증시 활황으로 부동산과 주식을 보유한 상위층은 자산이 증가했지만, 그렇지 못한 하위층의 경우 임금 상승세는 소폭에 그치거나 불안정한 반면, 주택·헬스케어·교육 비용은 꾸준히 올라 가계 부채가 증가해 소득 불균형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고 UBS는 설명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가계 부채는 13조7000억달러로 2008년 고점을 넘어섰다. 특히 빚을 지는 이유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자동차 구입과 학자금 등 때문이어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늘어나기보다 생활형 부채가 더욱 늘어날 소지가 높다.
WP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미국 저소득층 30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다가 실직, 질병, 교통사고, 재해 등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하게 되면 추가 비용 때문에 빚을 지게 된다는 뚜렷한 공통적 패턴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저소득층의 재정 상황이 이처럼 불안정한 만큼 경제 상황이 조금이라도 악화되면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저소득층의 생활고 문제는 경제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저소득층이 생활고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2008년 금융 위기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조사에서 나타났다. 금융 위기 여파로 미국인의 절반이 다음 경기침체 등 위기에 대비할 수 없는 상태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수개월 간 미국 임금상승세가 가속화되기는 했지만, 미국 일자리의 절반은 임금이 여전히 시간당 18.58달러가 안 되고, 3분의 1 이상은 15달러도 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저소득층은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거나 투자할 여건이 못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호황을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며 특히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재정 상황이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정부 프로그램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0년 대선에서 저소득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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