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일가 체납액, 확인된 것만 3000억원 이상
정태수 전 회장, 국세·지방세 2300억원 넘게 체납
3남 정보근 644억원·4남 정한근 293억원 국세 미납
법조계 “정태수 사망으로 은닉재산 확인 사실상 불가능”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체납한 국세 2255억원을 포함해 약 3000억원대 한보 일가의 추징금에 대해 법조계는 사실상 ‘추징 불가’로 본다.
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전일 에콰도르 당국이 발급한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와 장례식 사진·동영상 등을 토대로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 전 회장의 사망이 공식 확인되면서 한보 일가가 체납한 세금 추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전 회장의 세금 체납액을 포함해 국가가 환수해야 할 추징금 등은 총 30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검찰 /김학선 기자 yooksa@ |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잠적 당시 진행 중이던 재판과 별도로 2255억원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였다. 또 지방세 49억9000만원도 내지 않았다. 그는 2014년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 중 체납액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에 검거된 4남 정한근 전 부회장 역시 293억원 넘는 국세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아들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 역시 644억원의 국세를 체납한 상태다.
이처럼 현재까지 알려진 이들 세 명의 체납액을 모두 합하면 3300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정 씨 부자는 이와는 별도로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강릉 영동대학교 교비 65억원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중이던 2007년 5월 치료를 이유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이후 대법원은 정 전 회장 잠적 상태인 2009년 징역 3년을 확정지은 바 있다.
이번에 검거된 4남 정한근 전 부회장 역시 2007년 잠적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자금 약 3270만 달러(당시 한화 322억원)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정 씨 일가의 체납액 추징은 물론 범죄수익 환수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윤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는 “사실상 체납액 추징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정 씨 일가는 과거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렸기 때문에 숨겨진 재산을 찾는 방법은 현재로써 정 씨 일가 중 누군가가 재산이 은닉된 경로를 검찰에 알려주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남긴 150쪽 분량의 유고가 은닉 재산을 찾아내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이를 분석해 관련 단서를 확보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자료는 정 전 회장이 육필로 2015년 무렵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검찰은 이들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정 전 회장이 에콰도르 현지에서 유전사업을 벌이려던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사업과 관련해 법인 1~2곳을 설립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은닉 재산을 구체적으로 밝힐 정도의 단계는 아니다”라며 “추징금 등 회수는 우선 은닉 재산이 있는지 여부를 밝힌 뒤 상속 관계 등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