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가 상무부 정책관에게 중국 화웨이를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취급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화웨이의 미국 기업과 거래를 허용하기로 한 것과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로고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3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주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정상회담의 결과와 무관하게 화웨이를 거래 제한 대상으로 취급할 것을 정책관에게 지침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 제한 대상에 올린 미 상무부는 90일간 유예 기간을 가진 뒤 이를 본격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예 기간 종료에 앞서 이뤄진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화웨이 제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는 예상 밖의 행보를 취했다.
하지만 회담 직후인 이번주 초 상무부는 해당 정책관에게 화웨이가 여전히 ‘블랙리스트’라는 사실을 공지, 중국을 향한 대립각이 여전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었다.
전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역시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완화는 연간 10억달러 이내에서 낮은 기술의 반도체 칩 구매를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라고 주장했다.
주말 오사카 담판의 결과가 전해지면서 뉴욕증시의 반도체 종목이 강한 상승 모멘텀을 얻었지만 관련 업체들은 거래 허용의 범위가 불투명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화웨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미국 의존도를 축소, 기술 독립을 위한 자구책을 가동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허용 결정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소식통은 로이터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미 상무부가 화웨이 관련 비즈니스를 엄격하게 조사하고 있고, 관련 라이선스를 아직 승인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전해진 미 상무부의 내부 지시는 양국 무역 협상을 둘러싼 월가의 비관론에 힘을 실어준다는 진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양국이 또 한 차례 휴전을 결정했지만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고, 합의 도출이 이뤄지기 앞서 3000억달러 물량에 대한 추가 관세 도입을 포함해 냉전이 벌어질 여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케빈 앤더슨 아시아 태평양 부문 투자 헤드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서 “협상 타결이 단시일 안에 이뤄지기도 어렵지만 특정 시점에 완결된 합의가 나오기도 어렵다”며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휴전 결의에 이어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마찰이 재점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