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도부 두 자리 모두 여성에게 돌아가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유럽연합(EU) 지도부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으로 지명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EU 지도부와 28개의 EU 회원국은 사흘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임시 정상회의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공식 취임하게 되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EU 수반에 등극하게 된다. 첫 EU 여성 수장의 탄생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EU 지도부 두 자리 모두 여성에게 돌아가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이 공식 취임하기 위해서는 이달 중 열리는 유럽의회 전체투표에서 의원 751명 중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현 EU 집행위원장인 장클로드 융커의 임기는 오는 10월 31일까지다.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는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명됐다. 프랑스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011년 IMF 사상 첫 여성 총재에 임명된 뒤 IMF를 이끌어왔다. 이 밖에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이 내정됐다.
아직 인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로써 EU 수뇌부 요직 두 자리가 여성에게 돌아가게 됐다. 이를 두고 영국의 가디언은 "(EU) 최고 기관에서 60년 이상 이어져온 남성 지배(문화)가 깨졌다"라고 평가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결과에) 매우 행복하다"면서 "결국 유럽은 여성이 (됐)다. 결과를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투스크 의장은 라가르드 총재에 대해서도 "완벽한 ECB 총재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하며 "나는 그가 독립적인 총재가 될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지도부 지명자가 발표된 이후 기자들에게 유럽이 성평등을 주도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비록 (지도부 지명까지) 사흘이나 걸렸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도부 중에서도 여성 첫 EU 집행위원장 등극을 앞두고 있는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에게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가까운 동료로도 알려진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의 정치인이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 출생으로 유년 시절을 벨기에에서 보낸 뒤 13살 때 가족들과 함께 독일로 이주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하노버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그는 정계에 진출하기 전까지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이후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노동부장관을 맡았다. 2013년에는 메르켈 총리로부터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며,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올랐다.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이 EU 집행위원장에 공식적으로 취임하게 될 시,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이란 위기, 기후 변화, 이민 문제 등의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집행위원장 후보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을 차지한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밀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반대에 직면했다.
EU 지도부와 회원국들은 결국 밤샘 회의 끝에 네덜란드 출신의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을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체코, 헝가리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결국 지난 1일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으로 폰데어라이엔을 차기 집행위원장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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