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국채와 금, 엔화까지 안전자산이 날개를 달았다.
이번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결과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매입에 팔을 걷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 = 로이터 뉴스핌] |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를 배경으로 한 달러화 약세 흐름도 자산시장 전반의 등락에 결정적인 변수라는 진단이다.
25일(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2.0% 선을 뚫고 내려간 한편 금 선물이 6년래 최고치를 또 한 차례 갈아치웠다.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106엔 선으로 후퇴했던 달러/엔 환율이 107엔 선을 회복했지만 엔화는 완만한 오름세를 지속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서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명암을 갈라 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가 엔화와 금에 추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1444.9달러까지 오르며 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달 들어 상승 폭을 9.6%로 확대했다.
월가는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보고서를 내고 “금값이 장기 상승 추세로 반전을 이뤘다”며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921달러를 시험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모간 스탠리도 보고서에서 원자재 시장에서 금을 ‘톱 픽’으로 제시하고,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약 달러와 거시 경제 불확실성, 여기에 실질금리 하락이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장중 1.9835%까지 밀린 뒤 2.0% 선을 회복했다.
TD증권의 게너디 골드버그 채권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10년물 수익률 2.0% 지지 여부에 대한 저울질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인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후 뉴욕의 외교협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정치권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한편 경제 성장률 둔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을 포함해 금리인하를 재촉하는 요인들이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안전자산이 랠리를 연출한 데 반해 뉴욕증시의 소형주 및 운송 섹터는 적신호를 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개 섹터는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가 강타했던2009년 당시 저점에 바짝 근접했다.
무역 협상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전망은 흐리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는 전날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에서 협상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양보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휴전의 연장보다 큰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미 당국자 역시 정상회담에서 합의 도출이 이뤄지기는 어렵고, 양국 협상이 수 개월, 혹은 수 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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