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중국과 일본을 거론,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스스로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이들 국가에 주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항행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용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트럼프, 中·日 거론 "유조선 직접 보호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원유의 91%, 일본은 62%를 그 해협에서 얻고 있다. 많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왜 우리(미국)가 수년 동안 아무 보상도 없이 다른 국가들을 위해 항로를 보호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국가는 그들의 유조선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기 때문에 원유 수입을 위해 위해 그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실어나르는 주요 국가들이 일종의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을 겨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언급들과 맥을 같이 한다"며 "그는 동맹국들이 국방에 더 많은 돈을 쓸 것을 요구해왔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윗.[사진=트위터 캡처] |
◆ "美, 韓·中·日에 '反이란 전선+분담금' 주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 1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난 16일 폼페이오 장관은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주말 사이 여러 외국 지도자들과 통화했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가 뭉쳐야 한다"고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한국, 일본을 거론,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항행의 자유를 항상 지킨다. 우리는 그(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열려있게 하는데 깊은 관심이 있는 국가들을 확대, 우리가 이 일을 해나가는데 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 등을 대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위한 반(反)이란 전선 구축을 시도함과 동시에 이들 국가로부터 분담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이란 지도층 1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이란 추가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반이란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으로 전체 원유 중 중동산 원유 비중이 약 85%에 달하는 한국에 불똥이 튀게 생겼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대부분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하루 원유 수송량은 1700만배럴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30%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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