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고 선정시 석탄금융 축소 및 재생에너지 투자 점수 배정
기준 없어 혼선, 일부 은행들 TCFD 준수로 시금고 선점 시도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최근 ‘탈(脫) 석탄’이 은행권 주요 경영이슈로 떠올랐다.
시금고를 관리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금고 운영권 선정 심사에서 탄소배출 감축 등 기후보호 노력에 가점을 주기로 하면서다. 석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하는 상당수 은행들로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만기가 되는 광역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충남, 경북, 경남, 대구, 울산 등 5곳. 이들 중 충남이 처음으로 ‘탈석탄 금고’를 선언하면서 내년 시금고 선정시 은행 가점에 이를 반영키로 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지난 달 “충청남도 금고 지정 및 운영규칙을 개정해 석탄금융 축소 의지와 석탄 및 재생에너지 투자 현황 등에 대한 배정 점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올해 말 새 금고 지정을 앞두고 운영규칙을 개정 작업중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이에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충남 시금고 운영을 맡고 있는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은 물론 여타 은행들도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감점요인이 되는 석탄금융은 국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채굴 등 범위가 광범위하다. 더욱이 나머지 지자체들 역시 탈석탄을 표방하며 기준을 바꿀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국회 권미혁·장병완·김현권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자체 금고은행으로 지정된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 12개 은행 중 전북과 제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국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석탄금융 축소 의지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다는 점은 한계다. 현재로선 글로벌 흐름으로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이 출범한 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가 만든 TCFD(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정보 공개를 위한 태스크포스) 규제가 유일하다. TCFD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조직의 지배구조, 전략, 위험 관리, 지표와 감축목표의 4가지 부문에 대한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은행들은 투자 및 대출 기업에 기후 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투자 및 신용 평가팀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해 심사한다. 은행들이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지만 기업 투자나 대출로 생산, 제조, R&D, 투자 등 탄소배출과 관련한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쳐서다.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TCFD 참여에 적극적이다.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 녹색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하고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까지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저탄소 금융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신재생 고효율 에너지 관련 산업 및 기업, 프로젝트 사업 등에 투융자 복합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이정미 WWF(세계자연기금) 선임국장과 인터뷰에서 마련된 TCFD 권고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중이다. 기후변화 관리 프로세스와 기업들에 공시나 사업투자 평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석탄금고가 지자체에 확산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고 아직 명확한 기준이 나오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