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오만 해상의 유조선 공격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이란의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부추긴 가운데 월가 투자자들이 국제 유가의 폭등을 경고해 주목된다.
양국이 무력적인 마찰을 빚을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최고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이란에 의한 드론 격추 장면.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자국 영공에서 미국의 무인 정찰기(드론)을 격추한 사실을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조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층 더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가 장중 5%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56.55달러에 거래됐고,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역시 4% 가까이 치솟으며 배럴당 64.14달러를 나타냈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드론 격추 소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발언으로 이란을 경고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무력 충돌을 둘러싼 경계감이 크게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드론 격추가 커다란 실수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이번 드론 격추를 의도적인 행위라고 믿기 어렵고, 누군가의 실수로 보인다”며 심각성을 깎아 내렸지만 트레이더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ING의 워렌 패터슨 상품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최근까지 상품시장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며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 고조되는 긴장감이 유가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유조선 공격과 드론 피격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서 원유시장의 공급 교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수출 물량 가운데 3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 지역의 군사적 충돌 리스크가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과 컨설팅 업계는 유가 폭등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헨리 롬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란과 미국 사이에 국지전이 발생하더라도 WTI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뛸 수 있고,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전면 마비, 경기 한파를 일으키자 유조선 공격과 드론 격추로 보복에 나섰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어떤 형태든 미국과 이란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이에 따른 충격이 중동 지역을 넘어 전세계 원유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 소재 정책 연구 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루빈 아랍 지역 전문가도 “미국과 이란이 충돌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뚫고 오를 것”이라며 “하지만 세 자릿수의 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