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부지서 기준치 40배 오염토 검출…TPH‧벤젠‧불소
2015년 부지 이전했지만 4년 가까이 정화작업 미실시
“사업방식 재검토차 보류…2022년까지 정화 완료할 것”
지하수 및 대기 확산 가능성은 부인…“기준치 이하거나 가능성 낮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구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에서 기준치의 40배가 넘는 오염토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화 책임이 있는 국방부가 부지 이전 후 4년이 넘도록 정화작업을 실시하지 않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작업을 잠시 보류한 것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18일 공식입장자료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오염정화 실시설계 착수를 계획했으나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사업방식 등을 재검토함에 따라 설계가 잠시 보류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noh@newspim.com |
앞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방위원회)은 지난 2015년 12월 안양으로 이전한 구 정보사 부지에서 기름오염물질인 석유계 탄화수소 TPH의 농도가 최대 3만 3300ppm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현행 토양환경보전법 상 허용되는 기준치(토양오염우려기준)인 800ppm의 40배 이상이며, 오염토 검출 시 즉시 정화를 해야 하는 대책 기준(토양오염대책기준)인 2400ppm보다도 14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오염토에는 TPH 외에도 벤젠, 크실렌, 불소 등 다양한 종류의 오염물질이 각각 기준치의 10배 이상, 18배 가까이, 10배 이상 검출됐다.
또 오염토가 검출된 면적 역시도 상당했다. TPH가 검출된 면적은 축구장 3분의 1크기인 2200여m², 불소가 검출된 면적은 3만 6000여m²에 달했다.
이 부지는 지난 5월 말 민간 기업에 1조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됐다. 하지만 김 의원에 따르면 정화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 국방부는 이미 토양 정화작업에 48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국방부는 오는 8월 토양오염정화 실시 설계 및 정화 공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이미 정보사가 이전한지 4년이 지났고, 그 시간 동안 정화 작업이 시작되지 않은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다.
국방부 주요 시설공사별 오염물질 검출 현황 [자료=김병기 의원실] |
◆ “주민 건강 등 고려해 오염정화 수준 상향 등 사업방식 재검토…예산도 증액”
“지하수 및 대기 확산 가능성은 낮아…검토 결과에 따라 대안 마련할 수도”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르면 환경부에서 정화명령이 떨어지면 2년 내, 최장 4년 내 정화작업을 완료하도록 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토양환경평가(오염도 확인)에 2~3개월, 정밀조사(오염량, 오염범위 등 정밀확인)에 6개월, 실시설계(정화량, 정화공법 결정)에 6개월, 정화공사(토양오염 복원)에 12~24개월, 정화검증(정화결과 확인)에 2~3개월인데, 이 가운데 4번째 단계인 정화공사가 4년이 넘게 시작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정화공사 추진 작업 중 정밀조사 재실시, 사업방식 재검토 등의 과정을 거치느라 정화공사 시작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토양오염정화 사업을 실시한 후 서초구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2016년 7~8월에 부지에 대한 오염도를 확인하고, 2016년 9~12월에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초구청으로부터 ‘부지를 오염정화 수준이 가장 낮은 ‘3지역’으로 지정해 불소, 벤젠 등 오염원을 정화하라‘는 정화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당시 정화공사비를 88억원으로 책정해 정화공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정밀조사를 재실시해 부지의 오염정화 수준을 상향해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선회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부지가 도심지에 존재하므로 주민들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2017년 2~9월에 오염정화 수준을 3지역에서 2지역으로 상향해 정화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2017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정밀조사를 재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어 “상향한 기준으로 정밀조사를 재실시한 결과 오염물량이 1차 정밀조사 대비 유류는 약 4배, 불소는 약 5배 증가했고 정화공사비 또한 88억에서 약 400억으로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약 36개월간 487억원의 예산으로 토양오염정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또 “이 같은 내용의 위탁계약을 국군재정관리단에 의뢰했으며 8월부터 설계에 착수할 것”이라며 “2021~2022년에는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양오염정화 절차 [자료=국방부] |
국방부 공식입장자료에 따르면 현재는 토양오염정화 절차 5단계 중 2단계 ‘정밀조사’까지 완료된 상태이며 빠른 시일 내 3단계 ‘실시설계’를 시작해 업체를 선정해 정화 방법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아울러 “토양오염 정화공사는 인근 주민의 건강을 고려해 필요시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주민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오염원은 정화조치 후 소유권 이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매각 계약은 이뤄졌지만 매수자가 3년 동안 대금을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화작업이 완료된 후)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부지 오염의 대기 및 지하수 확산 가능성과 관련해 국방부는 ‘기준치 미만’이거나 ‘확산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국방부는 우선 지하수와 관련해서는 이날 공식입장자료를 통해 “지하수 오염은 기준치 미만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대기 확산 가능성과 관련해선 ‘현재로서 낮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지에서 검출된 오염물질 등이 대기 중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있지만 그걸 단정적으로 말한 순 없다”며 “흙으로 덮여 있고, 지표면 2~3m 밑에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업체 선정 후 오염 종류에 따라 (확산 가능성이 있다면) 검토 결과에 따라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