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계전환 원인…전과정서 준비 부실
사태 발생후 초동대처 미흡 등 대응 미흡
이물질 발생지역 파악지연 등으로 장기화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정수장의 수계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총체적 부실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를 불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직접 공급하는 인천시는 수계전환 사전 대비에서부터 초동대처, 사고원인 파악 등 모든 과정에서 미흡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워 비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인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명래 환경부 장관(가운데)과 박남춘 인천시장(왼쪽)이 17일 오후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사업소를 찾아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 대응상황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2019.06.17 mironj19@newspim.com |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경 인천광역시 서구지역에서 최초로 민원이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사고발생 4일 후인 2일부터는 영종지역, 15일 후인 13일부터는 강화지역까지 수도전에 끼워쓰는 필터가 변색된다는 민원이 발생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사반은 인천 수돗물 적수발생사고는 공촌정수장에 원수를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정수를 수계전환해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촌정수장의 1일 물 생산규모는 28만1000t으로, 인천 서구, 중구, 강화 등지의 시민 67만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해 왔다.
공촌정수장은 평사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 자연유하방식으로 공급했지만, 이번 수계전환시에는 가압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유량을 1700㎥/h에서 3500㎥/h으로 증가시켜 유속이 오히려 2배 이상 증가(0.33m/s→ 0.68m/s), 관벽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져 관 바닥 침적물과 함께 검단·검암지역으로 공급돼 초기 민원이 발생됐다.
조사반에 따르면 역방향 수계전환시에는 관흔들림, 수충격 부하 등의 영향을 고려해 정방향 수계전환보다 특히 유의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중간중간 이물질 발생여부를 확인한 후 정상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나가야 한다.
수계전환 흐름도 [사진=환경부] |
특히, 유수방향의 변경으로 인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토밸브, 소화전 등을 이용해 충분한 배수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수계전환 전 수돗물 대체공급을 위한 공급지역 확대방안 대응 시나리오 작성시 각 지역별 밸브 조작 위주로만 계획을 세우는데 그쳤다.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부분이다.
아울러, 북항분기점의 밸브 개방 시 유량증가와 함께 일시적으로 정수탁도가 0.6NTU(탁도 단위)로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했지만 정수장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수용가로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계전환에 따라 공촌정수장 계통 배수지 탁도가 수계전환 이전 평균 0.07NTU에서 0.11~0.24NTU까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초동대응이 이뤄지않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에 따라 5시간 후 공촌정수장이 재가동될 때 기존 공급방향으로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관로 내 혼탁한 물이 영종도 지역으로까지 공급되는 등 초동대처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사태발생 14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조사반에 의해 최초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한 정수장의 수질상태가 제대로 파악되는 등 인천시의 안일한 대처가 사태의 장기화를 불러왔다.
당초 정수지 탁도가 기준 이하로 유지됨에 따라 정수지와 흡수정의 수질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조사결과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촌정수장 정수지와 흡수정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반 점검 결과 확인됐다.
공촌저수장 급수 구역별 탁도 [사진=환경부] |
이로 인해 정수지와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정수지, 송수관로, 급배수관로, 주택가 순으로 이동해 사태 장기화를 초래한 것이다.
또, 상수관망은 단수 등에 대비해 지역간 연결돼 있는데 지역에 따라 물 흐름에 차이가 발생해 정체수역에서는 배수가 지연됨에도 관망 고저를 표시한 종단면도가 없어 관저부 등 배수지점 확인이 쉽지 않아 체계적인 방류가 지연된 것도 사태 장기화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을 완전 제거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돗물 수질이 회복되도록 하기 위해 이물질 공급소 역할을 하고 있는 공촌정수장 정수지 내의 이물질부터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송수관로, 배수지, 급수구역별 소블럭 순으로 오염된 구간이 누락되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2일부터는 급수구역별 민원발생 등을 고려해 배수 순서를 결정하고 매일 급수구역별 10개조를 투입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유사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정수장 중심의 물공급 관리체계를 급·배수관망으로 확대해 사고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예측하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상수관망 유지관리 개선 종합 계획을 수립해 관망운영관리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망 기술진단을 의무화해 진단결과에 따라 관망청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법제화해 관로에 침전물이 오래도록 방치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국민들께 큰 불편을 끼치는 수돗물 공급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의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직결급수지역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배수지를 통한 급수방식으로 전환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