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중동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라고 불리는 호르무즈해협 부근 오만해에서 13일(현지시간) 일본 선박을 포함한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당했다.
14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 중 한 척이 일본 해운회사 ‘고쿠카(国華)산업’ 소속의 ‘KOKUKA Courageous’이며, 수차례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선박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탄올 2만5000톤을 싣고 싱가포르와 태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배에 타고 있던 필리핀 국적의 선원 21명은 미국 해군 함정에 의해 모두 무사히 구조됐으며, 그 중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을 받은 또 다른 선박은 노르웨이 해운회사 소속으로 에탄올을 싣고 대만으로 향하던 중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선박의 선원들은 주로 러시아인과 필리핀인이었으며, 이란 해군 함정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레인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미 해군 제5함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구조 신호를 두 차례 받고 해군 함정이 현장 해역에 출동해 구조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호르무즈해협 부근 오만해에서 공격을 당한 유조선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아베, 이란 방문 중 유조선 피격
일본 선박 등 2척의 유조선에 대한 이번 공격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회담을 갖는 시점에 발생했다.
지지통신은 “이란과 미국의 중재 역할에 나선 일본에게 무언가 경고를 하기 위한 메시지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에 따르면 12일 보수 강경파 성향의 한 이란 신문은 “미스터 아베, 당신은 전쟁 범죄자(미국)를 어떻게 신용할 수 있는가”라는 영어와 아랍어 표제를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사진과 함께 크게 게재했다.
반미 감정이 강한 이란의 보수 강경파 내에서 미국뿐 아니라 아베 총리에 대한 불신감도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전문가인 메이르 자베단파르는 지지통신과의 통화에서 “공격은 이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선박임을 알고 공격했다면 이란의 체제가 아베 총리를 트럼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간주하고 신뢰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하메네이가 보수 강경파가 경애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얼굴에 먹칠을 할 우려가 있는 이번 공격을 보수 강경파가 했다고 하기에는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이 아니라면 제3국이나 다른 세력에 의한 공격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이란과 거리를 둘 것을 일본에 경고하는 메시지로 생각할 수 있다고 통신은 풀이했다.
이란 해군 함정이 13일(현지시간) 오만해에서 피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유조선의 불을 끄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하메네이 “미국과의 대화 거부”
한편, 아베 총리와 만난 하메네이는 핵협정은 준수하지만 미국과의 대화는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메네이는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럴 의도는 없다”고 단언하며, 핵협정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회담 후 트위터에 “아베 총리의 선의와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지만, 나는 트럼프를 의견을 교환할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전할 대답은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베 총리가 이란에 가서 하메네이를 만난 것은 고맙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협상 타결을 생각하는 것조차 아직 너무 이르다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아직 준비가 안 돼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왼쪽)와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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