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한 만큼 내는 '단위선로사용' 제도 도입 '흐지부지'
경쟁체제 때 효율적..코레일-SR 통합 검토에 중단
민영화 전제한 선로사용료, 公共간 힘겨루기로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철도 선로사용료를 놓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SR의 신경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열차 운행 횟수에 따라 사용료를 부과하는 '단위선로사용' 방식으로 개편하려던 작업이 잠정 중단되면서다. 선로사용료는 애초 철도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도입된 제도인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코레일과 SR의 통합이 논의되면서 선로사용료 개편은 후순위로 밀렸다.
5일 국토교통부와 철도 업계에 따르면 철도 선로사용료 개편 작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KTX 운행 모습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선로사용료는 철도운송사업자인 코레일과 SR이 철도시설 사용에 따른 대가를 철도시설공단에 지불하는 일종의 요금이다. 현재 고속철도의 경우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는 매출의 34%, SR의 SRT는 50%를 고정적으로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이같은 선로사용료 지급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며 철도 노선을 이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단위선로사용 방식으로 개편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코레일과 SR의 통합이 검토되면서 선로사용료 개편 작업이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위선로사용 방식은 철도운송회사가 다수이거나 완전 경쟁체제 방식이 도입됐을 때 철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을 검토하던 제도"라며 "지금은 운송사업자가 두 곳 뿐이고 시급하게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선로사용료는 지난 2004년 도입 당시 철도 민영화를 염두에 둔 제도이다. 교통연구원이 발간한 '선로사용료 산정기준 정립방안'에 따르면 "당시 철도구조개혁 방향은 '철도운송사업의 민영화'를 전제로 진행됐다"며 "결국 선로사용료의 목적은 철도시설비용의 처리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영화가 이뤄지면 민간기업인 철도운송회사가 공공시설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정부는 적정수준의 비용을 분담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영화가 무산되고 코레일과 SR이 운송을 맡으면서 공공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또 다른 공공기관과 나눠야 하는 불완전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철도청 시절에 없던 막대한 선로사용료를 지불하게 됐고 철도공단은 선로사용료가 유일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사용료를 줄이려는 코레일과 지금도 부족하다는 철도공단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분쟁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단위선로사용 방식 도입도 분쟁 해소 차원에서 도입하려 했지만 당분간 도입이 미뤄지며 양 측의 입장도 평행선을 유지하게 됐다.
철도공단은 선로사용료를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고속철도 사업에서는 2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고속철도 선로사용료가 이자비용에도 못미쳐 부족한 부분은 원가 절감과 자구 노력으로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단위선로사용료 제도는 사용자가 철도시설을 사용한 만큼 그 대가로 사용료를 납부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하지만 단위사용료를 도입 중인 유럽보다 우리나라의 사용료 수준이 높아 단위선로사용료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지금 수준 이하의 사용료를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