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볼 박혔다고 우기다가 퇴짜 맞고 ‘머쓱’
동반 플레이어 파울러조차 “쿠차가 속이려 한다”고 대놓고 비난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겉으로는 마음씨좋은 키다리 신사처럼 보이는 매트 쿠차(미국)가 골프 규칙과 관련한 해프닝으로 또한번 스타일을 구겼다.
쿠차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GC(파72)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리키 파울러, 필 미켈슨과 동반 플레이를 했다.
사단이 일어난 곳은 17번홀(파4)이다. 쿠차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편에 멈췄다. 자세히 보니 피치마크(볼이 지면에 떨어지면서 충격으로 만든 자국) 가장자리에 볼이 멈췄다. 볼이 자국안에 조금 걸쳐서 치기 쉽지 않은 라이였다.
매트 쿠차가 경기위원에게 자신의 박힌 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저 멀리서 리키 파울러가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골프위크] |
쿠차는 라이를 살펴보더니 투어 경기위원(레프리)을 불렀다. 그는 자초지종을 물어보는 경기위원 로비 웨어에게 “드라이버샷이 처음 지면에 낙하한 후 바운스돼 다시 떨어질 때 기존 있던 자국에 오버랩되면서 새 자국이 생겼고 그 자국에 내 볼이 조금 들어가있다”고 주장했다. 웨어는 쿠차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정확한 판정을 위해 중계를 담당한 미국 NBC 카메라맨의 도움을 얻어 영상을 돌려봤다. 쿠차의 볼은 자체의 2차 충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미 파여있는 자국(앞서 다른 선수가 만들어놓은 자국)에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당연히 그는 “박힌 볼 구제를 받을 수 없다”고 판정했다.
골프규칙 용어의 정의에 ‘박힌 볼이란 플레이어의 직전의 스트로크로 인해 플레이어의 볼이 그 볼 자체의 피치마크 안에 들어간 채 그 볼의 일부가 지면 아래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돼있다. 이렇게 박힌 볼은 무벌타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경기위원이 봤을 때 쿠차의 볼은 그 자신의 볼이 만든 피치마크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 전부터 있었던 다른 선수가 만든 볼자국에 들어간 것이었다. 당연히 구제 대상이 아니어서 그렇게 판정했다.
쿠차는 그러나 믿지 못하겠는지, 세컨드 오피니언(플레이어가 한 경기위원의 판정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다른 경기위원의 의견을 요청하는 일)을 구했다. 그래서 스티븐 콕스라는 다른 경기위원이 현장에 갔다. 콕스도 전후사를 듣더니 “구제받을 수 없다”고 똑같이 판정했다.
쿠차는 “두 번째로 만든 자국에 들어갈 수 있지 않으냐” “규칙이 헛갈린다”고 했다가 “제3의 경기위원을 부를까?”라고 중얼거리더니 결국 경기위원의 판정에 수긍했다. 그의 7번아이언 어프로치샷은 그린 뒤 프린지에 멈췄고, 그는 파를 세이브했다.
함께 플레이한 파울러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난 후 간이 인터뷰에서 “속임수다! 쿠차가 속이려 한다”고 언짢은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대놓고 말했다. 동료 선수들도 인정하지 않는 사안을 극구 우겨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던 쿠차를 비난한 것이다.
간혹 무른 땅에서 한 번 바운스된 볼이 다시 지면에 떨어질 때 박히는 일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날 대회장은 맑았다. 더욱 논란이 된 곳은 페어웨이다. 드라이버샷이 처음 지면에 떨어진 후 바운스돼 두 번째로 지면과 부딪치면서 땅에 박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애초 우길 것이 아닌데도 우긴 쿠차는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기에 한 번 물어본 것뿐이다. 물어보지도 못하느냐?”고 한발 물러섰다.
쿠차는 세계적 선수답지 않은 매너로 구설에 오르곤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투어 마야코바클래식에서 현지 캐디를 쓰고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129만6000달러(약 15억4000만원)에 달했는데, 그는 캐디의 수고비로 상금의 0.4%도 채 안되는 5000달러(약 600만원)만 건네 ‘속좁은 밴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