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에 따른 후폭풍이 주요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업체가 발행한 달러화 표시 회사채가 강한 저항력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기업들과 비즈니스가 차단되더라도 중국 통신 업계 공룡 기업이 위기에 내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태국 방콕의 한 쇼핑센터에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P30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화웨이가 경영난에 빠질 경우 중국 정부가 구제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달러채 등락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가 고개를 들 것이라는 얘기다.
30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핀라에 따르면 2027년 만기 화웨이 달러채 가격은 이달 초 97센트에서 93센트로 하락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해당 채권의 수익률은 0.6%포인트 가량 오른 5.086%에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 발표 이후 화웨이의 달러채 가격이 하락했지만 각국 이동통신 업체의 거래 중단을 포함한 후폭풍을 감안할 때 낙폭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화웨이 달러채 수익률은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대비 2.98%포인트의 스프레드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 표시 정크본드의 평균 스프레드가 4.37%포인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역시 양호한 수준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투자자들이 화웨이 달러채에 예전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박에 의해 손실 리스크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는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트럼프 행정부의 화염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투자 심리에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보이콧에서 화웨이가 전세계 이동통신 네트워크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64%에 달하는 점유율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업체 측은 최근 상황을 이미 수 년 전부터 예측했고, 대응책을 마련한 상태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미국 IT 전문지들은 화웨이가 내달 자체 운영체제(OS)를 선보일 예정이며, 유럽 지적재산권 사무소에 상품권 및 특허 신청을 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달러채가 패닉을 연출하지 않는 데는 소위 ‘대마불사’ 논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CITIC CLSA의 스티브 왕 신용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채권 투자자들이 필요한 경우 중국 정부가 화웨이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로 중국 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고, 화웨이가 디폴트를 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유통 중인 화웨이 채권의 상당 부분을 중국 현지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요인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