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부 공식 입장이나 견해가 외교상 기밀이 될 수 있어”
민주당에 이어 외교부도 강효상 의원 형사고발 예정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수사 착수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한미 정상간 통화한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외교관과 유출한 혐의로 민주당에 이어 외교부의 형사고발을 앞둔 가운데, 대법원은 외교정책상 외국에 대해 비밀로 하거나 확인하지 않아야 국익이 되는 모든 정보를 외교상의 기밀로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1995년 해외 언론 보도 내용을 국내 언론에 공개해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를 받는 A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오늘날 각종 언론매체의 성장과 정보산업의 급속한 발전 및 그에 따른 정보교환의 원활성 등을 감안해 볼 때 보도된 나라 이외의 다른 외국도 그 내용을 쉽게 지득할 수 있었다”며 무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어 “외국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항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외교정책상의 이익으로 되는 예외적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외교상 기밀에 대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견해가 외교상의 기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A씨 등은 당시 정부가 국내 언론사에 이른 바, ‘보도지침’을 보내 보도의 자제나 금지를 요청하는 형식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보도의 자체나 금지가 요청된 사항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견해는 물론 그 사항 자체의 존부나 진위조차 확인할 수 없다”며 외교상 기밀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교부에 따르면 주미대사관 소속 K참사관은 최근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의원에게 알려 강 의원이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외교부는 K참사관과 강 의원을 대상으로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형법 제113조는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 혐의로 지난 24일 강 의원을 고발하고, 서울중앙지검은 공안1부(양중진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가 하면,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전·현직 법관들이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의 공무상비밀누설죄 주요 판례는 반드시 비밀로 규정한 사항은 물론, 외부로 알려져 국민 피해가 있을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하면 직무상 비밀이라는 증거가 없을 경우 무죄 선고가 나오기도 했다.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2007년 당시 양승태 대법관은 수사 정보를 흘린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