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권 광역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기대했던 역할 중 하나인 광역 철도사업에서 중심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광역교통정책의 핵심인 광역철도는 제쳐둔 채 광역버스 운영만 담당하는 기관이 됐다는 지적이다. 광역철도의 경우 광역버스와 달리 지방자치단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감안할 때 필요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그리고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도시권 광역교통 기본계획'과 실행계획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광역철도 업무에서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대광위는 철도업무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행 규정상 철도업무에서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게 돼있는 만큼 적극적인 역할을 맡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자체의 광역철도사업에 국비를 지급하는 말그대로 '지원'하는 역할만 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굉위 설치 근거법인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관한특별법'에서 명확한 권한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대광위는 두 개 이상 지자체가 포함돼 있는 광역교통 계획과 운영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철도'라는 단어가 빠져 있는 상태다.
특별법 재8조에서 규정한 대광위의 업무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대도시권 내 '광역버스 등' 광역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계획 수립 및 조정'만 담겨 있다.
'광역버스 등'이란 조항을 볼 때 광역철도도 포함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도업무를 배제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자유한국당, 경기 김포을)의원실에 따르면 정부 기관의 법률 유권해석 관례를 볼 때 이 경우 광역버스만 대광위 업무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
홍철호 의원은 최근 대광위 특별법에 '광역버스 등' 조항을 '광역버스와 광역철도 등'으로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광위는 출범 당시부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는 철도 사업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우려를 낳았다. 이렇게 되면 GTX는 물론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 위례∼신사선 같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업에선 모두 배제 된다.
특히 서울 지하철 연장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 광역철도사업은 대부분 민자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대광위 위상과 역할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조직 면에서도 대광위의 철도 업무는 근거가 미약하다. 대광위내 철도 담당 조직은 옛 국토부 광역철도과 직원들로 구성됐으며 국토부 광역철도과는 폐지된 상태다. 하지만 대광위에서는 '광역철도과'라는 명칭 대신 '광역시설운영과'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광역버스 업무를 맡은 조직의 명칭이 '광역버스과'와 '간선급행버스체계과'로 정확히 명시된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조직도 [자료=국토부] |
이에 대해 대광위는 철도업무도 엄연한 대광위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광위 관계자는 "철도 뿐 아니라 다른 환승시설을 총괄하는 의미로 과의 이름을 광역시설운영과로 했을 뿐 철도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광역교통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을 발주하는 기관이 대광위인 점을 감안할 때 철도업무도 대광위의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도시 광역교통체계 수립과 지자체간 조율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대광위 역할 증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광역버스 노선 배정이야 말로 옛 수도권 교통본부에서처럼 정부 관할 아래 지자체 공무원이 모여서 하면 되는 일이지만 광역철도는 철도망 구축계획이 나온 이후부터 줄곧 민원과 지자체간 다툼이 발생한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 대광위인 만큼 역할 증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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