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출발부터 가파르게 떨어진 가운데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경고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경제 냉전이 벌어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주요국 금융시장에 패닉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IB 업계는 물론이고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군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와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러미 시겔 프린스턴 대학 교수까지 주가 폭락을 예상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UBS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에 적극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10%에서 25%로 인상될 경우 금속과 광산업, 자동차, 소비재 등 경기순환 섹터를 중심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중국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UBS는 지난해와 같은 관세 전면전이 재개되면 중국 GDP가 1.2~1.5% 위축되는 한편 전세계 GDP 역시 0.4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도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안전벨트를 단단하게 조일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협박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에서 유럽과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도미노 급락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모간 스탠리 역시 보고서에서 관세 인상에 따른 경제 펀더멘털의 충격을 경고하고, 중국 주식시장의 두 자릿수 하락을 예상했다.
채권시장의 큰 손 건드라크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관세 인상을 실행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양국의 마찰이 점차 고조, 결국 관세가 인상될 여지가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국 국가주석 모두 양보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장중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트윗 이후 5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다우존스 지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월가의 낙관론자로 꼽히는 시겔 교수 역시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관세 인상에 따른 충격에 뉴욕증시가 단기적으로 최대 20%까지 폭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대형주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최고치 랠리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감에 기댄 측면이 크고, 예상이 빗나갈 때 패닉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오는 9일과 10일 워싱턴D.C.에서 무역 협상을 재개한다. 류 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가 이끄는 이번 담판이 최종 타결과 결렬을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