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주말 관세 협박에 잠시 주춤했던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이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오는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릴 것이라고 밝힌 상황.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관세 전면전이 실제로 재점화될 경우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 둔화와 함께 실물경기에 흠집이 발생,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인하 압박이 가해질 전망이다.
7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관세 인상이 기업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 감원을 포함한 기업 비용 절감 등 연쇄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보복 관세에 나설 경우 애플과 보잉, 캐터필러, 코카콜라 등 중국 현지에 생산라인을 둔 미국 대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 1분기 3.2%로 잠정 집계된 미국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될 경우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통화완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관세가 오르는 만큼 각종 제조 상품과 농산물 가격이 궁극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요인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면전에 따라 소비자 물가가 들썩거릴 경우 오히려 민간 지출과 경제 성장에 커다란 충격을 가해 금리인하 압박을 높일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JP모간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연말로 가면서 경기 하강 기류가 보다 가파르게 전개될 것”이라며 “연준이 시장의 금리인하 압박을 외면하고 있지만 하반기 이를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0일 관세 인상과 함께 3250억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새롭게 25%의 관세가 적용되면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JP모간은 경고했다.
이 밖에 월가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연준 정책자들이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일 이틀 간의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야 할 필요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뒤집기’에도 무역 협상의 최종 타결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오는 9~10일 워싱턴에서 협상 재개와 류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의 참석이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이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경우 통화정책까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