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대통령' 모토...2년 내내 경제가 문제
남북관계, 성과·한계 속 비핵화 갈림길 놓여
진정한 협치 없었다…정치 전문가들 '낙제점'
[서울=뉴스핌] 채송무 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년을 맞아 40%대 후반의 지지율을 보이며 비교적 선방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9.1%, 부정평가는 46%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의 조사결과다.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응답률 6.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p다.
이는 역대 대통령의 2년차 지지율에 비해 그다지 낮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집권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남북관계와 경제, 협치에서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지만, 대내외적 위기 요인이 많아 국정을 이끌어갈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
① 집권 2년 성적표, 경제지표는 글로벌 위기 수준
생산·투자·수출 동반감소, 성장률도 마이너스...전문가 "경제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했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내거는 등 경제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집권 2년 동안 경제 지표는 썩 좋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인 지난 1분기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19.5% 줄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1.9%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재인 정부 1기 경제사령탑이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 쪽) yooksa@newspim.com |
한국경제를 뒷받침했던 수출도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488억6000만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고용지수는 올 2~3월 신규 취업자수 증가폭이 2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지난해 연간 신규 취업자는 9만7000명 수준으로 낮았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경제 성장률은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인 -0.3% 성장에 그쳤다.
전문가들도 경제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꼽았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화두는 우리 시대에 필요했지만 현실 경제가 너무나 어려웠다. 현실 경제에 대한 진단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전 정부의 경제 침체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장기적인 경제 비전을 만들어내야 할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고 비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건설, 자동차 등 몇몇 분야와 수출에 의존하는 생각보다 매우 허약한 구조"라며 "기초 체력이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너무 급하게 올리고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면서 허약한 기조체력마저 동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다소 높아지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
② '효자' 대북정책도 교착, 北 군사적 긴장 조성까지
엄경영 "우리만 너무 앞서 한계"...박상병 "긴장 완화 적극적, 성과 있을 것"
문 대통령의 문제는 경제 뿐이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효자 역할을 했던 대북 정책 역시 최근 교착상태를 넘어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무려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또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획기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켰다.
지난해 판문점 선언에서는 70년에 걸친 남북의 군사적 대립 상태를 불가침 선언으로 바꿨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사이의 갈등을 중재, 역사적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2.27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중재 역할은 난관에 부딪혔다. 미국과 북한은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측은 한미동맹 강화를, 북한은 민족 공조 강화를 거듭 내세우는 형국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굿 이너프 딜'(더 좋은 협상)에 대해서 양측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오전 단거리 발사체를 수발 발사하며 저강도 긴장 고조에 나섰다. 그동안 비난전만 전개했던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통해 무력 시위에 나서면서 향후 추가 행위가 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입장이 달랐다. 엄 소장은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과 미국도 잘 모르고, 국제정세도 잘 모르는 전문가들을 등용하면서 우리만 너무 앞서나간 나머지 다른 나라들의 처지나 국제정세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박 교수는 "성과는 아직 없지만 역대 대통령 중에서 문재인 정부만큼 남북관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선 대통령이 없다"며 "역대 정부에서 가장 높게 평가해야 할 대목이고 앞으로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회는 패스트트랙 관련, 여야 충돌로 개점휴업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leehs@newspim.com |
③위기 극복 위한 협치도 낙제점
"정책·인사서 야당에 손 내민 적 없다"..."적폐청산 과정서 실종, 국정 운영도 부담"
집권 3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협치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탄력근로제 등 핵심 정책을 내놓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공직선거법 등에 대한 여야 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충돌 속에 사실상 5월까지 국회는 개점휴업이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을 '좌파독재'라고 규탄하며 장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의 갈등으로 좀처럼 국정의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는 어수선한 형국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정책과 인사 등에서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정의 정책 부분에 대해 문 대통령이 협치다운 협치를 위해 야당 대표들과 만나 의견을 구한 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사 문제도 인사청문회에서 반대사유가 있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으면 야당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혹평했다.
엄 소장은 "협치 대상은 자유한국당인데 국정농단의 공조 세력이면서 국정 운영의 파트너라는 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협치를 약속했지만 적폐청산 과정에서 가치가 실종되고 국정 운영에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