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건축 인허가를 해주지 않으려면 환매를 해달라는 롯데쇼핑의 '배수진'에 물꼬가 터질 것으로 기대됐던 상암롯데몰 개발사업이 여전히 미궁 속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 없인 인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재확인할 뿐 사업 추진을 위한 어떤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역구 시의원과 만나 상암롯데물에 대한 인허가와 상생 공동 추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환매 배수진'과 박원순 시장의 동시 추진 발언 이후 기대감이 커졌던 상암몰 사업은 또다시 물밑으로 숨어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롯데쇼핑측이 서울시에 제기한 '조속한 인허가 또는 환매' 요청에 대해 시는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이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암롯데몰은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며 "상생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없이 오래 끌었다는 이유만으로 조속히 건축인허가를 내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환매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판 땅을 건축 인허가가 안됐다는 이유로 환매한 사례는 지금껏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게 서울시의 이야기다.
이처럼 서울시와 롯데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서울시가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요구했지만 아직 롯데측이 이를 반영한 계획안을 만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생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기존 개발계획을 인허가해 달라는 롯데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서울시의 이야기다.
상암 롯데몰 부지 모습 [자료=서울시] |
롯데측은 애초 상암몰 부지 3개 필지를 서울시로부터 매입한 뒤 이 곳에 모두 판매시설을 짓는다는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서울시는 지역 상생을 위해 다른 개발계획안을 요구했다.
이후 롯데측은 2개 필지에만 판매시설을 짓는 개발계획 수정안을 발표했다. 나머지 1개 필지에는 오피스텔과 영화관, 문화센터 등을 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측이 아직 수정안을 공식으로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란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아직 상생을 담은 개발계획안을 공식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며 기존 계획안 승인과 상생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입장인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측의 입장은 다르다.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며 개발계획 수정안을 제출하란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013년 부지 매입 이후 개발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통보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수정을 요구하거나 계획안이 보류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환매 공문 역시 아무런 공식 답변이 없었으며 박원순 시장이 시의원을 만나 했던 이야기도 신문을 보고 알았을뿐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들은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2개 필지 판매시설 계획안을 지난해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보류된 상태다. 즉 서울시가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롯데몰 개발계획을 덮었다는 것이다. 2개 필지에 판매시설을 짓는다는 계획도 지역 소상공인들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상암몰 사업이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역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박원순 시장이 지역구 시의원을 만나 인허가-상생방안 동시 추진을 약속했지만 3주가 지난 지금까지 검토한다는 발표도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시의 공식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는 서울시가 상암롯데몰을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서울시가 롯데측의 소송내용으로 부작위(不作爲:고의로 하지 않는 행위) 행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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