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사우디 아라비아가 연말까지 감산을 지속할 뜻을 내비치면서 국제 유가가 반등한 가운데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고유가 충격을 둘러싼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경책에 원유 수급 교란이 악화,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과 이에 따른 실물경기 ‘쇼크’에 대한 경고가 고개를 들었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30일(현지시각) 브렌트유가 장중 1.5% 상승하며 배럴당 73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2% 가량 급등하며 배럴당 65달러 선에 근접했다.
사우디가 연말까지 감산을 지속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두 개입’에 하락했던 유가의 상승 반전을 부채질했다.
사우디 측의 발언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한 이란 원유 수출 금지 면제를 종료한 미국이 중동 산유국들에게 공급 차질에 대응할 것을 주문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의 정국 혼란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자극, 유가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비에르 제이콥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감산 발언이 유가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소극적인 만큼 유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힘을 얻는 가운데 유가 100달러 돌파 시 파장을 경고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내고 브렌트유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뛸 경우 내년 전세계 GDP가 0.6%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유 수입국을 중심으로 가계 소득을 떨어뜨리는 한편 물가 상승을 부추겨 민간 소비에 커다란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평균 0.7%포인트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노무라는 보고서에서 터키와 인도, 우크라이나 등을 중심으로 신흥국이 경상수지 악화 및 자본 유출, 통화 가치 하락 등 고유가로 인해 다양한 측면에서 홍역을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역시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가뜩이나 휘발유 가격 상승이 미국 가계의 숨통을 조이는 가운데 유가가 추가로 오를 경우 정치권을 향한 비난이 거세게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가 상승은 주요국 전반에 유틸리티와 운송비를 필두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이 경우 3월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긴축 중단에 비둘기파로 돌아선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국제 유가는 연초 이후 30%를 웃도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