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럽 주식펀드의 자금 썰물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월가의 일부 스마트 머니가 본격적인 베팅에 나서 주목된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뉴욕증시에 비해 유럽 증시의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주요국의 재정 확대가 가라앉는 실물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블루칩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이 연초 이후 16%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같은 기간 기록한 상승폭인 17%와 맞먹는 수치다.
유럽 증시의 상승 탄력은 펀드의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EPFR 그룹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한 주 사이 유럽 주식펀드에서 21억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유럽 주식펀드는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투자 자금 썰물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실물경기 반전을 겨냥, 스마트 머니가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뉴욕 소재 뉴버거 버먼의 벤자민 시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일랜드의 버터 제조 업체인 커리 그룹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온과 패키징 업체 게레스하이머를 매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WSJ과 인터뷰에서 “누구도 증시 바닥을 정확히 점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펀더멘털을 갖춘 저평가 종목을 매입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팀 크룩포드 펀드매니저도 “독일 키온 그룹을 포함해 큰 폭의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는 IT 종목이 상당수”라고 강조했다.
이들 매니저들이 유럽 주식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은 주가가 경기 한파를 충분히 반영했고, 주요국의 재정 확대 정책이 실물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뉴욕증시에 대한 상대적인 저평가도 유럽 주식의 투자 매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스톡스 유럽 600 지수가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14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 17배에 거래되는 S&P500 지수에 비해 주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 연초 이후 랠리에 따라 뉴욕증시의 대형주와 기술주가 사상 최고치에 오른 데 반해 유럽 증시는 여전히 최고치와 상당 폭의 거리를 두고 있다.
매크로 경제 지표를 통해 유럽 경제가 회복되는 신호가 포착될 경우 선취매를 통한 쏠쏠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경계하는 투자자들도 없지 않다. 2017년 말 이 같은 논리로 유럽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쓴 맛을 봤고,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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