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중천 구속 불발 후 네차례 소환조사
윤 씨, 공소시효 지난 범죄 관련해서만 진술…뇌물도 일부 인정
법조계 “처벌 피하기 위한 전략…물증 확보가 수사 관건”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김학의(64·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의 ‘키맨’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검찰에 수차례 소환 조사에서 성관계 동영상에 대해 진술을 시작하면서, 김 전 차관 소환 등 검찰의 셈법이 복잡해진 모습이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까지 포함해 윤중천 씨를 네차례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19 pangbin@newspim.com |
윤 씨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범죄 혐의에 대해 일부 진술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언론 보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강원도 별장에서 촬영된 성관계 동영상과 관련, 자신이 해당 영상을 촬영했고 그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신의 성범죄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과 윤 씨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하고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모 씨가 아니라 자신이 알던 유흥주점 종업원이었다고도 주장했다.
윤 씨는 김 전 차관에게 뇌물과 향응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 천만원이 아닌 2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재수사 초기 무조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거나 진술 자체를 거부하던 윤 씨가 이처럼 진술 태도를 바꾼 데에는 사건의 초점을 김 전 차관에게 돌려놓고 자신은 처벌을 피해가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윤 씨가 진술한 성범죄와 뇌물죄 의혹은 모두 각각 공소시효가 만료된 2008년 이전 사건들이다.
윤 씨는 공소시효뿐 아니라 김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뇌물 규모 역시 검찰이 파악한 바와 달리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여한 뇌물 액수가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이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김 전 차관과의 친분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 역시 뇌물죄 성립의 주요 요소인 ‘대가성’을 부인하고 추후 뇌물 등 의혹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처벌이 불가한 의혹에 한해 일부 시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윤 씨의 추가 신병확보 시도는 물론 김학의 전 차관 소환조사 시점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당초 파악한 수사 상황과 윤 씨의 진술이 상당부분 배치돼 오히려 검찰이 수사의 갈피를 못 잡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검찰이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사건 진상규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씨가 김 전 차관이 아닌 자신에게 수사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자신은 죄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언론에 자신을 직접 노출하는 등 정면돌파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이는 검찰에 협조하는 태도를 취하는 듯 하면서 오히려 검찰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관련자들의 배치되는 진술만으로는 윤 씨와 김 전 차관 관련 혐의 입증은 물론이고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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