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농단’에 사법부 무너졌어도 법원
‘정치검찰’ 소리 들어도 검찰은 검찰
어떠한 정치가도 ‘국민’ 이길 수 없어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최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존자동차방화 혐의로 기소된 남모 씨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남 씨는 지난해 말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길에 김 대법원장이 타고 있는 차에 화염병을 던졌다. 검찰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의 출근 차량에 불을 질러 사회 공동체에 불안과 충격을 안겼다”고 엄중 처벌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신청한 형집행정지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원회 의결을 윤 검사장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지금까지 검사장이 심의위 의결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경우는 없었다. 사실상 심의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불허한 셈이다.
윤 검사장과 검찰에 향해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압박은 계속돼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24일 서초동 윤 지검장 자택 앞에서 유튜브 방송을 켜고 “차량에 가서 그냥 부딪쳐 버리죠 뭐”라며 “자살특공대로서 너를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죠”라고 협박했다.
같은 날 한 보수단체도 ‘박 전 대통령 인신 감금, 형 집행을 즉각 중지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서울중앙지검에 자리한 서초동 일대는 박 전 대통령 구속된 이후 조용할 날이 없다.
전직 대통령이 2명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국민 통합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또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는 상황이 반복되기만 한다.
하지만, 사법부 최고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거나, 일선 수사기관장에 대해 겁을 주는 행동은 스스로든, 정치적으로든 도움될 리 만무하다.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사법부가 아무리 무너졌다고 하더라고, 또 과거 정부의 적폐를 도려낸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정치검찰’이라고 부르더라도, 사법부는 사법부이고, 수사기관은 수사기관이다.
이 둘이 무너지면 모든 국민은 범죄에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결정 뒤, 헌재가 자리한 안국역 일대는 환호와 원망의 소리로 얼룩졌다. 보수단체는 기자들을 포함한 일부 시민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이들의 협박에 신변 보호를 경찰에 요청했다. 그 시린 겨울 아침마다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터덜터덜 걸어들어오는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이 떠오른다.
유튜버도 보수단체도, 김명수, 윤석열도 똑같은 우리 국민이다. 어떠한 정치가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위법 행위는 거친 수사와 냉혹한 엄벌을 불러올 뿐이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