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등 8개국에 이란산 원유 금수 예외기간 연장 않키로
"국내 기업들, 이란산 의존도 낮추는 중...원가부담 가중 우려"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미국이 한국과 중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금수 예외조치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정유화학업계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 꾸준히 수입선 다변화 등을 추진해온 만큼 큰 충격은 없을 거란 입장이다. 다만 원가 부담이 늘고 글로벌 물량 감소로 국제유가가 올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원유 채굴장비[사진=로이터 뉴스핌] |
23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복원하기로 하면서 원유를 수입하던 국내 업체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등이 이란산 원유와 콘덴세이트를 수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를 특히 선호했다. 다른 지역 콘덴세이트 대비 배럴당 2~3달러 가량 저렴한데다 국내 생산설비와도 잘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전체 수입 물량 중 콘덴세이트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였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원가부담을 낮추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지로 꼽혀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해당 업체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원유 수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이들은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정에서 탈퇴, 1단계 제재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가 이후 한국이 예외국으로 인정되자 올해 1~2월부터 다시 들여오기 시작했다.
다만 예외국 인정 기간이 6개월로 한시적이었던 만큼, 일단 이달 국내에 도착하는 물량까지만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이달 초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대해 예외국 인정기간을 연장할 거란 외신 보도가 나오며 이란산 원유를 계속 들여올 수 있을거란 기대가 높아졌으나 이날 백악관의 발표로 최종 무산됐다.
업계는 수입을 검토하는 원유에서 이란산이 빠지게 돼 아쉽다면서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충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이란산 중질원유에 대한 대체유종을 확보, 피해를 최소해왔다"며 "향후 이란산 콘덴세이트에 대해 수입국 다변화 등의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를 실시하기 전부터 이란이 자국 설비 투자를 위해 수출 물량을 줄여 수입량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였다"며 "국내 기업들은 그때부터 수입선 다변화 등 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지난 2017년 이후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원유 도입량 중 이란산 비중은 2017년 13.2%로 사우디아라비아(28.5%)와 쿠웨이트(14.3%)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으나 지난해엔 5.2%로 일곱 번째였다. 사우디아라비아(29%)와 쿠웨이트(14.5%) 외에도 이라크(12.4%), 아라베미레이트(6.5%), 카타르(5.9%), 미국(5.5%) 등에서 더 많은 원유를 들여온 것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콘덴세이트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가중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관계자는 "콘덴세이트 가격은 물론 원유가격이 올라 원가부담은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한된 물량이더라도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돼야 유가가 오르는 걸 잡아줄 수 있을텐데 아쉽다"며 "석유화학이나 정유 업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올라 앞으로 더 힘들어지게 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밝혔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