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유니콘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꼬리를 물면서 뉴욕증시에 훈풍을 내고 있다.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 동물 유니콘에 비유해 지칭되는 이들 기업은 뉴욕증시 데뷰 첫 날 폭등을 연출했다.
뉴욕증시 첫 거래를 기념하는 비디오 컨퍼런스 업체 줌의 경영진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니콘 기업의 IPO가 추가로 예정된 가운데 월가는 뜨거운 관심과 동시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증시 상장은 곧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천정부지로 뛴 밸류에이션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18일(현지시각) 이미지 공유 사이트 업체 핀터레스트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비디오 컨퍼런스 업체 줌 비디오 컨퍼런스의 뉴욕증시 첫 거래에 월가의 조명이 집중됐다.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베팅에 핀터레스트가 장 초반 공모가 19달러 대비 25% 치솟으며 24달러 내외에서 거래됐고,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줌은 공모가 36달러 대비 무려 81%에 달하는 랠리를 연출했다.
앞서 무려 234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평가 받은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에 이어 IPO를 추진 중인 경쟁 업체인 우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이 밖에 숙박 정보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와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기업형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 등 이른바 공유 경제 아이콘 기업들이 줄줄이 연내 뉴욕증시 입성을 계획하고 있다.
장외에서 천문학적인 몸값을 평가 받는 유니콘 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2000년 닷컴 버블과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높은 인지도와 대규모 회원 기반을 확보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과거 IT 버블을 주도했던 닷컴 기업들과 닮았다는 지적이다.
핀터레스트는 이용자 수가 월 평균 2억5000만명에 달하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고, 우버 역시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지만 흑자 달성이 요원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성장 기대감이 증시 상장 이전 해당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다. 적자 기업 우버가 1000억달러 규모의 IPO를 목표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연초 이후 뉴욕증시의 강한 상승 흐름과 높은 유동성은 벤처캐피탈을 포함한 초기 투자자들이 고가에 지분을 현금화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의 인지도 상승을 목격하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의 적극적인 매수 열기도 IPO 러시에 한 몫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IPO에 달려들었다가 쓴 맛을 본 투자자들이 상당수다. 상장 직후 86달러까지 뛰었다가 공매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50달러 선으로 추락한 리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처조셉 애셋 매니지먼트의 케니 폴카리 전략가는 워싱턴 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유니콘 기업 IPO에 투자자들이 광분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