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주름 개선 등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던 보툴리눔 톡신이 최근 비만, 탈모, 다한증 치료제로 변신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치료 적응증을 넓히기 위한 임상시험과 연구자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보툴리눔 톡신 경쟁이 심화되자, 치료제 개발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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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툴리눔 톡신 활용 연구자 임상 증가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강북삼성병원은 지난 10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이노톡스주'를 이용해 비만을 치료하는 연구자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연구자 임상은 회사가 주도하는 상업화 임상과 달리 안전성이나 다른 가능성 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다.
강북삼성병원은 환자 7명을 대상으로 비만 치료를 위해 보툴리눔 톡신을 위 분문부에 주사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박병철 단국대병원 피부과 부교수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주'로 탈모를 치료하는 연구자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 두피 단위 면적당 7개의 모발이 더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중앙대학교병원,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다수의 병원이 보툴리눔 톡신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자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달 17일까지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연구자 임상만 해도 10개에 이른다.
연구자 임상이 상업화 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연구자 임상 수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치료제로 개발하는 상업화 임상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기업들, 보툴리눔 톡신 적응증 확대 나서
기업들도 보툴리눔 톡신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계속해서 시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미 2015년 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 적응증을 획득했다. 또 안검경련(본태성 눈꺼풀경련), 사각턱(양성교근비대증)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박성수 대웅제약 나보타 사업본부장은 "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 적응증 획득 후에도 치료 영역 입지를 다지기 위한 임상 시험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용과 치료 두 가지 영역 모두 충분한 임상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경부근긴장이상, 뇌졸중 후 상지 근육경직, 과민성 방광증, 만성 편두통,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보툴리눔 톡신 임상을 수행하고 있다.
휴젤은 올해 2월 경부 근긴장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보툴렉스주와 보톡스주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비교평가하는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과민성 방광 환자를 대상으로 보툴렉스와 보톡스주를 비교하는 임상 1상을 시작했다.
◆ 보툴리눔 톡신 치료제=新성장동력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을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은 포화상태인 국내 미용 성형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 치료 시장이 작지만, 선진국은 치료시장이 크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응증 확대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한 미용성형이 주를 이루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 해외는 보툴리눔 톡신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되며, 치료제 시장이 절반을 차지한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우 보툴리눔 톡신 치료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엘러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톡스'를 1989년 안검경련 및 사시 치료제로 승인 받은 데 이어 사경 치료 등 재활 치료제, 만성 편두통 치료제 등 12개의 질병 적응증을 확보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보툴리눔 톡신의 적응증 확대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을 치료제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좀 더 높다"며 "해외시장 진출에 대비해 기업들도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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