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이후 30% 폭등한 국제 유가가 상승 기류를 지속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향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 차례 고유가에 대해 날을 세운 데 이어 월가 투자자들도 사우디 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산유국 압박에 가세하는 움직임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일(현지시각)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하반기 원유 공급 부족과 유가 추가 상승을 경고하는 의견을 쏟아냈다.
RBC가 올해 말까지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평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75달러로 제시하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 고유가를 점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과 OPEC을 포함한 관련 기구는 올해 하루 평균 40만배럴의 원유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불황과 미국의 제재 속에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이 자유낙하를 연출하는 데다 내달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 역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비아 내전과 알제리의 정치권 리스크도 원유 수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수 개월 사이 월유 공급이 하루 100만배럴 추가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사우디를 포함한 OPEC 산유국들이다. 연초 감산을 단행한 OPEC과 러시아는 적어도6월 정기 총회까지 산유량을 조정할 계획이 없고, 이 때문에 하반기 수급 교란과 유가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경고다.
사우디의 원유 공급량은 지난해 11월 하루 1100만배럴에서 최근 980만배럴로 줄어들었다. 감소 폭은 영국의 원유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OPEC과 러시아의 합의 내용인 하루 1030만배럴을 크게 웃도는 물량이다.
가뜩이나 주요국 실물경기가 가라앉는 상황에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유가 강세가 이중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BC 캐피탈 마켓의 마이클 트랜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를 배럴당 80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BNP 파리바 역시 브렌트유의 배럴당 80달러 선 돌파 가능성을 제시하며, 또 한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개입’ 가능성을 점쳤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상품 리서치 헤드는 “OPEC이 과도하게 공급을 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사우디가 일시적인 증산을 결정했을 때와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우디의 예산과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 배럴당 80달러의 유가에 달린 만큼 시장 질서보다 자국 이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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