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6월 말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요청했지만, EU는 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EU는 메이 총리가 원하는 6월 30일이라는 시한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며 브렉시트를 연기한다면 이보다 장기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현지시간) 메이 총리는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늦어도 오는 6월 30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5월 23일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여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EU의 반응은 냉랭하다. 투스크 의장은 메이 총리에게 1년간의 브렉시트 연기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EU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나올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장기의 유연한 연장”이라면서 “나는 그것을 ‘플렉스텐션’(flextension)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료는 “이것은 영국에 필요한 유연성을 주면서도 브렉시트 연장과 관련한 추가 논의를 위해 몇 주마다 만날 필요를 없애 이것은 양측에 모두 좋은 시나리오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에게 보낸 서한 사본.[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받으려면 나머지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EU 정상들은 벌써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브렉시트에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다.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메이 총리의 서한에 대해 “우리는 다음 주 수요일(10일) 전에 영국으로부터 보다 명확한 입장을 듣기를 원한다”고 했다.
상황은 프랑스도 비슷하다. 프랑스는 브렉시트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시한 EU 개혁에 집중하기를 원하고 있다. 브루노 뤼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를 방문해 기자들에게 “왜 영국이 연장을 요청하는 지를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는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합의된 바에 따르면 영국은 오는 12일 EU를 떠나야 한다. 영국 정부는 현재까지도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다.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승인하면 브렉시트는 5월 22일까지 연기된다.
그러나 합의안 통과 전망은 어둡다. 메이 총리의 친정인 보수당 내부에서도 브렉시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제1야당인 노동당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치러진 두 차례 의향투표에서도 영국 의회는 브렉시트 대안을 찾는 데 실패했다.
브렉시트가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 2016년 영국 국민은 52% 대 48%로 EU를 떠나기로 했다. 다만 메이 총리와 영국 정치권은 2차 국민투표가 이미 브렉시트에 찬성한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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