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2기 어공(어쩌다공무원), 문성혁 입성
해수부 출근… '종합상황실' 먼저 찾아
'세월호 트라우마'…정책 1순위 해사안전
해운항만 분야 '현장 해결사' 기대 높아
수산 열공모드 흔적…고민·해법 제시
부처 간 이해상충 매듭…지켜봐달라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인사청문회 고비를 넘기고 3일 세종에 입성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신임 장관의 첫 발은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내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이다. 해수부 조직 내 상황실은 해사안전관리에 대한 컨트롤타워 창구역할을 한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있는 해수부로서는 그 어떤 정책보다 1순위로 해사안전을 꼽는다. 사고가 터질 경우 구조책임은 해경이나 해경을 지휘하는 건 해수부 장관의 몫이다.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떠난 전임 김영춘 장관도 직접 상황실을 챙길 정도로 촘촘한 구조시스템 마련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2017년 12월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는 ‘미연에 방지 못 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날 바통을 넘기고 국회로 복귀하는 김영춘 장관이 해수부 직원들을 향해 당부한 마지막 언급도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 달라’였다.
‘해양대학교 출신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문 신임 장관도 안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전에 소홀한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보완하라”며 내건 모토도 ‘Safety First, Safety Last’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 또 안전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3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신임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출처=해양수산부] |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도 “미래와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해양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안전에 대해 때로는 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발생과 관련한 사후수습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데 정책적 역량을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또 하나 역점으로 두고 있는 분야는 수산업이다.세계해사대학교(The World Maritime University) 교수인 동시에 ‘해운항만 권위자’로 통하는 문성혁 장관은 항만경제·정책·관리·운영·물류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운항만 분야의 현장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평가와 관련 업계의 기대치를 한 몸에 받고 있을 정도로 ‘현장을 파악해 해결하라’는 문재인 정부 기조에 적임자로 불린다.
이에 반해 수산 정책에 대한 우려심은 남는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는 청문회 준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산분야 공부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취임 간담회에서도 수산분야를 향한 두 가지 방안을 언급했다. ‘노르웨이와 같은 스마트 수산산업’과 ‘어촌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노르웨이와 같은 주력 수산산업의 핵심은 바로 ‘스마트 양식’에 있다. 전 세계로 수출하는 노르웨이산 대규모 연어를 키우는 양식장에는 단 9명에 불과한 인원이 관리할 정도다.
3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신임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해양수산부] |
즉, 적은 인원으로 ‘수산자원회복과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다. 문 장관도 이 같은 점을 꼽고 있다.
그는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든 생각은 근본을 해결하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것이 바로 수산자원회복”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수산양식에 접목시킬 것인가. 단순한 생산이 아닌 생산,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스마트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 완화 규모의 경제 등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촌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어업생산물을 어떻게 하면 어업인들이 제값을 받게 하는가에 있다. 유통단계가 너무 복잡하다”며 “6단계가 되는 것 같은데 이를 줄여 4단계로 줄일 것이다. 즉, 52%의 마진율을 줄여 어민들에게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산물 직거래와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수산분야의 공익형 직불제 추진도 그의 노트 속에 담겨있다.
조직 안팎에서는 수산분야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해양환경문제와 예산확보 등 관계기관 간의 이해상충 매듭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당장 그가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는 해양생태계 및 수산자원, 어업활동 등에 부정적 영향으로 지목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이다.
해상풍력발전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이 밀고 있는 정책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종회 의원은 해상풍력단지가 해양생태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3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해양수산부] |
문 장관도 후보자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어업인 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를 원칙적으로 지양하겠다. 장관으로 취임 후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과 관련, 해역이용영향평가 실시를 검토 하겠다”고 김 의원에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장관은 이날 기자 물음에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해가 상충되더라. ‘Best(최상)가 아니면 Second Best(둘째로 가장 좋은)’라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정책을 위한 예산확보·법적 장치 등과 관련해서는 “수립된 정책에 대한 예산과 법률적 뒷받침을 통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는 물론 국회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관철시켜 나가야한다”며 “저부터 발로 뛰겠다”고 취임사를 통해 밝혔다.
조직 혁신을 묻는 물음에는 “관행이 그렇더라. 장관 바뀌면 조직을 혁신, 일신하는 모습을 보이던데 전례 비춰보면 당장은 아닌 것 같다”며 “몇 개월간의 숙려기간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