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율 0.1%p 떨어지면 연금충당부채 20조원↑
공무원 증원 반영해도 750억원 증가 그쳐
전문가 "국가 채무와 구분해야…보전금은 논의해야"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공무원과 군인에게 국가가 앞으로 줘야 한 연금 규모가 지난해 940조원에 육박하면서 국가부채도 1682조원을 돌파했다.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나라 빚을 왕창 늘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금충당부채 급증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한다. 국민이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채무와 연금충당부채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2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682조7000억원으로 2017년(1555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126조9000억원 증가했다.
국가부채 급증은 연금충당부채가 이끌었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939조9000억원으로 1년 전(845조8000억원)보다 94조1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국가 부채를 구성하는 국채·주택청약저축 등은 710조원에서 742조8000억원으로 32조8000억원 불었다.
[자료=기획재정부] |
◆ 할인율에 따라 춤 추는 연금충당부채…0.1%p 떨어지면 20조원 늘어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한 원인은 할인율 변동에 있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앞으로 공무원과 군인에게 줄 연금 규모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개념이다.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최근 10년 국채 수익률 평균치를 사용한다. 할인율이 떨어지면 현재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기재부는 저금리 영향으로 할인율이 지난 1년 동안 0.31%포인트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할인율 하락 요인으로 연금충당부채는 64조1000억원 불었다. 할인 기간 감소(15조8000억원)와 재직자 근무기간 증가 등의 요인(14조2000억원)으로도 연금충당부채는 늘었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연금충당부채는 할인율에 영향을 받는다"며 "할인율이 0.1%포인트만 떨어져도 20조원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 공무원 채용 확대…연금충당부채 급증?…정부 "750억원 증가 그쳐"
공무원 채용 확대로 연금충당부채가 급증한다는 지적은 현재까지 기우에 그친다. 공무원 증원이 연금충당부채를 확 늘렸다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 81만개를 만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로드맵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만2700명, 2만9700명을 증원한다.
이승철 재정관리관은 "통상적으로 공무원 입사 1년 후부터 연금충당부채를 쌓는다"며 "2018년 입사한 분들에 대해서는 연금충당부채로 쌓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철 재정관리관은 "2017년 새로 들어온 분 연금충당부채는 대략적으로 750억원"이라며 "공무원 증원이 연금충당부채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채무와 연금충당부채 성격 달라"…보전금은 국민이 메워야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국가채무와 연금충당부채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국가 채무는 적자국채와 같이 국민이 갚아야 할 시기와 금액이 미리 정해져 있다. 반면 연금충당부채는 할인율에 따라 금액이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는 연금충당부채는 비확정부채라고 설명한다.
더욱이 연금충당부채는 국가 지출 규모만 제시한 금액이다. 연금충당부채만 보면 국민이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공무원과 군인은 재직 기간 중에 매달 일정 금액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낸다. 이렇게 쌓아둔 돈을 활용해 국가는 나중에 공무원연금을 지급한다. 940조원에 육박하는 연금충당부채를 국민이 전부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부족분은 국민이 메워줘야 한다. 매년 이렇게 나가는 보전금이 3조7000억~3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연금충당부채와 국가 채무를 구분해야 한다"며 "연금충당부채 규모 자체만을 문제삼기보다는 국가 보전금 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