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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팜 띠엔 번 명예대사 "베트남 롯데의 성공, 자랑스럽죠"

기사입력 : 2019년04월02일 06:17

최종수정 : 2019년04월02일 06:17

팜 띠엔 번 베트남 명에대사, 뉴스핌과 현지 인터뷰
父子가 남북한 대사 역임...가족 전체가 한국 전문가
베트남, 평균연령 30세...매년 1000개 한국기업 진출

[하노이=뉴스핌] 김선엽 기자 =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에 우뚝 솟은 하노이 롯데센터. 팜 띠엔 번(Pham Tien Van) 전 주한 베트남 대사는 롯데센터 65층에서 하노이 시내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롯데센터가 올라가던 2009년만 해도 베트남은 아직 '기회의 땅'에 불과했다. 덤프트럭이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도 마땅치 않던 그 곳에 롯데기업은 과감히 5억달러를 투자해 '롯데센터 하노이'를 건설하겠다고 나섰고 당시 팜 띠엔 번 한국 대사는 롯데그룹과 베트남 정부 사이를 오가며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렇게 올라간 지상 65층 연면적 25만3000여㎡(약 7만600여평)의 롯데센터는 이제 명실상부 하노이의 랜드마크가 됐다. 롯데센터에 위치한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에는 평일에도 하노이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롯데마트는 얼마 전 베트남 14호점을 하노이에 열었다.

팜 띠엔 번 전 주한 베트남 대사가 뉴스핌과 만나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되는 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하노이 김선엽 기자>

◆ 매년 1000여개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진출 중

번 대사는 자타공인 베트남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7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 국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972년 졸업과 함께 주북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외무부 일을 시작해 2010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40여년 동안 한반도 전문가로 직무를 수행했다.

3번에 걸쳐 주북한 베트남 대사관에서 일했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주한국 베트남 대사를 지냈다. 한국과의 인연으로 2010년 은퇴 후에는 베트남·한국 친선협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에 머물 당시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와 포스코건설의 고문을 지냈다.

뉴스핌이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번 대사를 만나 '기회의 땅 베트남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되는 길'을 물었다.

최근 베트남을 향한 한국 기업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 시장이 열리고 지난 31년간 한국 기업의 누적 진출이 총 7200개인데, 지난 3년 반 동안 3000여개가 들어왔다. 베트남 현지 기관장들은 한국에서 온 관료들을 만나느라 약속이 빼곡하다.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에 위치한 롯데센터<사진=롯데그룹 제공>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보면 처음에는 주로 섬유와 신발 등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호치민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삼성을 필두로 효성·두산 등 대기업들이 베트남 전역에 직접투자(FDI)를 진행했고, 최근 SK그룹이 현지 기업 지분투자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4년 베트남에 진출한 참빛그룹은 베트남에서 이미 중견기업 대접을 받고 있다. 참빛그룹은 호아빈성과 하노이에 각각 54홀 규모의 골프장과 620개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리조트 업체다. 참빛그룹이 하노이 중심가에 참빛타워를 올릴 때 백방으로 뛰며 이를 도운 것도 당시 팜 띠엔 번 주한 대사다.

◆ 팜 띠엔 번 명에대사, 온 가족이 한국 전문가인 로열패밀리

번 대사는 최근 베트남 최대 부동산 기업인 노바랜드 기업의 고문이자 이사회 이사로서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맡고 있다. 노바랜드는 리조트 내 '한국 타운' 조성을 추진 중인데, 여기 입점할 한국형 아웃렛과 성형외과 그리고 한국형 쇼핑몰과 식당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을 만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골프장과 리조트 개발을 하겠다고 해 백방으로 뛰어 파트너를 물색, 현재 계약 단계까지 이르렀다. 또 한국의 화장품과 성형 산업을 베트남에서 펼치겠다는 한국 기업에게 파트너를 소개해 합작법인을 추진 중이다.

번 대사 뿐 아니라 그의 가족이 여러모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의 큰 아들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베트남 외무부에 들어가 지난해까지 주 북한대사를 지냈다. 베트남 최연소(38세) 대사 기록도 가지고 있다.

둘째 아들은 서울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베트남 주재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셋째 아들은 평양에서 출생(81년)해 경희대를 졸업하고 현재 베트남 중앙정부인 투자기획부 산하 외국인투자관리청(FIA)에 근무한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베트남 투자를 관리하는 업무다. 

높은 교육열과 평균 연령 30세의 젊음이 베트남의 가장 값진 자원이다. 베트남 인터컨티넨탈하노이 랜드마크72 빌딩 앞을 오토바이 행렬이 지나치고 있다.<사진=김선엽 기자>

번 대사의 부인도 북한 평양에서 유학하고 은퇴할 때까지 베트남 공산당 대외협력위원회에서 동북아 업무를 담당했다.

번 대사는 "주한국 베트남 대사로서 베트남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공을 들여왔다"며 "은퇴한 뒤에도 기업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 베트남 투자 환경과 장단점, 베트남 정부의 정책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어떤 것에 유념해야 하는지, 성공과 실패 요인들을 직접 체험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베트남, 기회의 땅이지만 리스크도 존재”

그의 눈에 베트남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자 미래 아시아의 용이다. 높은 교육열과 평균 연령 30세의 젊음이 가장 값진 자원이다. 번 대사는 "임금은 낮은데도 근로자들의 머리가 좋고 부지런하며, 손재주가 좋고 의욕이 있어 잘 교육시키면 한국 기업의 일을 아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은 정치가 안정됐고 치안도 좋아 북미정상회담도 하노이에서 열렸다"며 "게다가 베트남 정부는 일관되게 외국 기업에 대해 베트남 기업과 차별 없도록, 성공하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패의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최근 임금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저렴한 인건비에만 목을 매는 기업은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팜 띠엔 번 전 대사는 베트남에서 운영되는 대규모 공장의 경우 직원들에게 기숙사나 출퇴근 셔틀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베트남 박닌성 삼성전자 제1 공장의 기숙사 모습<사진=김선엽 기자>

번 대사는 "한국 기업들은 과거에 노동집약적인 부분에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하이테크 쪽으로 많이 집중해야 한다"며 "최근 베트남의 큰 도시 주변에는 노동 집약적 공장들의 인허가를 잘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집약적 공장에만 도시 인근에 인허가가 나오는데, 노동 집약적 공장은 농촌 등 외곽 중심으로 하노이에서 최소 100km, 멀게는 200~300km까지 나가야 한다"고 귀띔했다.

체제 면에서도 아직 시장경제 체제가 완성되지 않았고 관료주의와 부패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사람들은 자조적으로 첫째는 관계, 둘째는 화폐, 셋째는 지혜라고 말한다"며 "베트남이 인간관계를 중시하다보니 인허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해 로비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팜 띠엔 번 전 대사 주요 이력

- 1972년 베트남 외교부 근무시작부터 2010년 정년퇴직 할 때까지 근 40년 직업적 외교관이자 한반도 전문가로 직무수행
- 주북한 베트남 대사관 외교관 3임기 경과 (1972~1976), (1979~1983), (1988~1992)
- 주한국 베트남대사관 공사 참사, 부대사(1988~2002) 주한국 베트남대사(2005~2010)
- 베트남 외교부 한반도 과장, 동북아 국장 역임
- 2010년 은퇴 후 베트남 정부로부터 Honorable Ambassador(명예대사) 직위를 수여받음
- 2010년~현재 베트남-한국 친선협회 부회장으로서 베트남과 한국의 경제 문화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음
- 베트남의 여러 공훈훈장과 한국의 광화훈장을 수여받음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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