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업체 아람코가 중동 최대 석유화학 업체인 사빅(SABIC)의 지분 70% 인수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따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경제 개혁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줄을 확보하게 된 셈이지만 메가딜의 시기와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번지고 있다. 아람코가 사빅을 10년래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에 인수하게 됐다는 얘기다.
사우디 아람코 라스타누라 정유공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29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아람코는 다음주 투자자들과 만나 1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을 위한 로드쇼에 나선다.
아람코가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1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 사빅의 지분 70%를 691억달러(78조원)에 매입한다는 복안이다.
사빅 지분의 거래 상대방은 다름아닌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공공투자펀드). 사상 첫 해외 채권 발행까지 동원한 아람코의 사빅 지분 인수가 빈 살만 왕세자에게 경제 개혁을 위한 돈줄을 제공하는 셈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앞서 사우디의 사회 및 경제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제시, 원유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다변화한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차량 공유 업체 우버 테크놀로지 등 첨단 IT 시장 진입을 위한 해외 투자에 공격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람코와 사빅의 지분 거래가 빈 살만 왕세자에게 이기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중장기 개혁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가동을 위해 자금 확보가 절박한 데다 사빅 지분을 10년래 최고치의 밸류에이션에 매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빅의 경쟁사이자 세계 최대 화학 업체인 독일 바스프와 비교하더라도 사빅의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아람코는 밑지는 거래를 했다는 비판이다. 대규모 지분을 고평가된 가격에 매입한 만큼 향후 사빅 지분 가치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뿐만 아니라 블룸버그는 사빅 인수로 이익률이 낮은 비즈니스를 떠안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람코의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 사빅의 나머지 지분 30%는 사우디의 리야드 증권거래소에서 계속 거래될 예정이다.
한편 두 업체의 빅딜 움직임은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불발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포착됐던 일이다.
JP모간과 모간 스탠리, 씨티그룹, HSBC, 골드만 삭스 등이 주관사로 나선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아람코의 해외 채권 발행에 강한 입찰 수요가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머징마켓의 상황이 연초 이후 개선된 데다 사우디 아라비아 증시의 신흥국 지수 편입이 이번 아람코의 채권 발행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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