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내달 12일까지 대안 설득하거나 ’노딜’
EU, ’노딜’ 대비하며 4월 10일 회의 소집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영국 의회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을 또다시 거부하면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에 실패했다.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커졌다.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찬성 286표 대 반대 344표로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했다. 정부가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는 데 필요한 찬성표는 318표였는데 68표가 부족했다. 메이 총리가 속한 토리당(보수당)은 하원에서 311석을 차지하고 있어 토리당 전원이 정부 합의안에 찬성한다고 해도 합의안 가결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토리당에서는 3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표결에 앞서 합의안이 통과되면 조기 사퇴할 뜻을 밝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만으로 의회에서 세 번째 패배를 맛봤다. 메이 총리가 의회에서 패배한 횟수도 17번을 기록했다.
메이 총리는 표결 직후 실망감을 드러냈다. 메이 총리는 “다시 한번, 이 하원이 EU를 질서 있게 떠나는 안을 지지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이것에 담긴 내용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기본적인 상황은 영국이 4월 12일 (EU를) 떠나는 것이며 이것은 단 14일 후”라면서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도록 요구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의회.[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논의에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메이 총리의 대변인은 찬성과 반대표 차이가 줄어들어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보수당 지도부 상당수가 정부안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EU도 즉각 성명을 내고 영국 하원이 합의안을 부결함에 따라 지난주 EU에서 결정한 대로 리스본조약 50조가 내달 12일까지 연장되며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이 같은 달 10일 EU이사회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EU집행위원회가 검토할 수 있도록 영국이 그 전에 앞으로 나갈 방향을 알릴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EU는 영국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하면서도 ’노딜’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표결 후 내달 12일 ‘노 딜’ 브렉시트가 이제 가능한 시나리오가 됐으며 EU가 이제 내달 12일 자정 ‘노 딜’ 시나리오에 완전히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역시 ‘노 딜’ 가능성을 언급했다. 뤼테 총리는 영국 하원의 표결가 나온 후 “‘노 딜’ 브렉시트의 위험은 매우 현실적”이라면서 “질서있는 브렉시트로 가는 두 개의 길 중 하나가 막혔고 한 개의 길만 남았는데 그것은 영국이 4월 12일 전에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가 ‘노 딜’ 계획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는 그 시기와 방법에 있어 아무런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다. 표결에 앞서 메이 총리는 이번 표결이 영국이 EU를 떠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기로이며 합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브렉시트가 12일 이후 장기 연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 영국 정부는 교착 상태를 벗어날 대체안을 마련해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EU 27개 회원국을 설득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를 맞이해야 한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노 딜’ 브렉시트를 선호하지만, 기업들은 영국과 아일랜드 경제에 커다란 혼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추가로 연기하면 영국은 오는 5월 유럽 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데 메이 총리는 유럽 의회 선거 참여를 꺼려왔다.
브렉시트에 반대한다는 청원이 580만 건을 돌파한 가운데 2차 국민 투표도 가능하다. 다수의 의원은 영국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조기 총선이라고 본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