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인니 협상팀 KF-X 재협상안 보도
분담금 지급 기한 연장‧분담금 인하‧기술 이전 요구 등
일각선 “韓, 개발비 80% 이상 부담하는데” 비판론 제기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약 8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이 난관에 부딪혔다.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인하, 지급 기한 연장 등을 요구하면서 분담금 협상 갈등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현지 군사전문매체 ‘가르드 나시오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위란토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이 이끄는 재협상팀은 하원에 IF-X(KF-X) 사업 추진과 관련한 재협상안을 보고했다.
재협상안에는 분담금 인하, 납부 기한 연장, 분담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기술 이전 요구 등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향후 KF-X 사업의 진행에 먹구름이 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조원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지난 2월 14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KF-X) 전방동체 벌크헤드 가공착수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AI] |
◆ 2026년 개발 완료 예정…인니 미납금 납부 지연으로 기한 준수 불투명
인니 대통령, 지난해 “분담금 납부 재논의하자” 요구…결국 인하·납부기한 연장 꺼내나
보라매 사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KF-X 사업은 대한민국의 자체 전투기 개발능력 확보 및 노후 전투기 대체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약 8조8304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공군의 4.5세대 미디엄급 전투기 개발사업이다.
공군이 장기 운영 중인 전투기(F-4, F-5)를 대체하고 기반 전력으로 활용할 전투기를 연구 및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방사청이 지난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은 소요 결정(2002.11), 탐색 개발(2011~2012), 체계 개발 계약(2015.12)의 단계를 거쳐 현재는 체계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체계 개발 단계가 오는 2026년까지 이어진다.
이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추가무장시험을 완료하면 KF-X사업은 완료되며 시제기는 오는 2021년 출고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시제기가 제 때 출고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미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총 사업비 8조8300억원 중 20%인 1조7338억원을 부담하기로 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 중 2272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미납금만 205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납금은 3376억원이었다. 2017년 하반기부터 분담금 납부가 지연됐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지난 1월 2일 1320억원을 추가 납부해 분담금이 다소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 “분담금 납부 세부사항 등을 논의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방사청은 지난 18일 업무보고에서 “인도네시아의 요청이 있은 후 정부와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분담금 문제 해결을 검토 및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 31일 이왕근 공군참모총장이 지휘하는 FA-50 전투기 편대가 서해대교 상공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공군] |
◆ 인니 재협상팀, 자국 하원에 7가지 재협상안 보고
韓, 전체 개발비 80% 이상 부담…기술 이전‧분담금 인하 등 요구 수용 어려울 듯
방사청의 추진 계획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와의 분담금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란토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이 이끄는 IF-X(KF-X) 재협상팀은 지난 1월 IF-X 재협상과 관련한 7가지 제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7가지 제안은 △분담금 인하 △분담금 지급 기한을 2026년에서 2031년으로 연장 △PTDI(KAI와 함께 KF-X 개발에 참여 중인 인도네시아 제조사) 기술자가 한국으로부터 129개의 전투기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계약 개정 △인도네시아 정부가 개발에 공헌한 만큼의 지적 재산권 보장 △인도네시아 정부가 IFX 전투기를 판매할 권리 △개발 후 양산량을 기존 48대에서 16대로 감축 등이다.
인도네시아 재협상팀이 하원에 보고한 7가지 제안은 모두 우리나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129개 이전 요구, 분담금 지급 기한 연장 및 분담금 인하 요구의 경우, 우리나라가 전체 개발비 중 80% 이상을 분담하는 데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납부 지연으로 인해 예정대로 2026년께 사업을 종료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협상 중이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이날 “협상 종료 시까지 양국이 비공개 협상을 하기로 합의가 된 상태”라며 “현재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지 매체의 기사도 지난 1월에 보도된 것으로 ‘협상을 이렇게 하겠다’라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협상팀이 협상 전략을 하원에 보고하면서 이런 내용이 공개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인도네시아 측의 협상 전략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은 외교적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suyoung0710@newspim.com